요즘 아이돌, 3개월마다 '컴백'한다는데…

11인조 보이그룹 '워너원'은 13일 새 앨범을 냈다. 지난 8월 데뷔 앨범을 낸 후 3개월 만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걸그룹 '레드벨벳'도 오는 17일 신보를 발매한다. 이 팀은 올해 2월과 7월 5~6곡을 담은 미니 앨범을 냈다. 이번에는 9곡을 담은 정규 앨범이라는 게 '미세한' 차이.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9인조 걸그룹 '트와이스'도 지난 2월과 5월에 미니 앨범을 낸 뒤 지난 10월 30일 13곡짜리 정규 1집을 냈다. 예전 가요계는 새 앨범 발매 간격이 1~2년 정도였지만, 최근 아이돌 가수들은 1년에 2~3번씩 앨범을 내고 중간중간 싱글곡까지 발매한다. 말 그대로 연중무휴, 쉴 새 없이 달린다.

◇컴백 아닌 컴백

'역대급 컴백!'

아이돌 가수들이 새 앨범을 낼 때마다 소속사에서 뿌리는 보도 자료엔 어김없이 이런 유의 표현이 들어간다. 워너원은 13일 새 앨범 발매와 함께 '컴백쇼'라는 이름으로 쇼케이스까지 열었다. 하지만 이들은 데뷔 후 3개월간 별다른 휴지기 없이 꾸준히 국내외 공연과 TV 출연 등 활동을 이어왔다. 레드벨벳이나 트와이스도 마찬가지다.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 가수는 대부분 휴식기 없이 활동하면서 2~3개월 주기로 신곡을 발표하는 게 상례가 됐다. 신보를 낼 때마다 '컴백'이라고 홍보하지만 사실상 컴백이 아닌 셈이다.

대형 기획사들이 소속 가수를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건 실적과 주가(株價)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분기별로 안정된 매출 실적을 내야 주가를 유지할 수 있다. 한 대형 기획사 이사는 "아이돌 가수가 최고로 인기 있는 기간은 길어야 3~4년"이라며 "'인기 있을 때 바짝 벌어야 한다'는 게 업계 상식이 되면서 쉴 새 없이 앨범을 내고 활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획사들은 예전처럼 한두 프로듀서나 작곡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3~4명으로 이뤄진 작곡가 팀을 여럿 두거나 해외 작곡가를 섭외한다. 박진영이 모든 앨범을 프로듀싱하던 JYP엔터테인먼트가 여러 팀의 협업 체제로 바뀐 것이 대표적 예다. 기복 없이 안정적으로 곡을 공급받기 위해서 이런 집단 창작·제작 시스템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팬 울리는 상술

워너원의 새 앨범에 수록된 11곡 중 7곡은 직전 앨범 곡을 재활용한 것이다. 연예 기획사들은 이런 앨범을 '리패키지(repackage) 앨범'이라고 홍보한다. 먼저 낸 앨범에 신곡 2~3곡을 추가하고 화보나 뮤직비디오를 새로 찍은 뒤 재발매하는 식이다. 가격은 정규 앨범과 비슷하게 책정된다. 아이돌 가수 기획사들은 리패키지 앨범을 매출 확대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획사들은 앨범에 멤버들 사진을 무작위로 넣거나 팬 사인회 응모권 등을 넣어서 구매를 유도한다. 팬들은 좋아하는 멤버 사진을 손에 넣거나 팬 사인회 같은 행사 당첨 확률을 높이기 같은 앨범을 몇 장씩 산다. 정상급 아이돌 팬클럽에는 앨범이 나올 때마다 '100장 넘게 샀다'는 후기도 몇 건씩 올라온다. 이런 팬들의 '묻지 마 구매' 덕분에 디지털 시대에 사라졌던 '밀리언셀러'가 부활했을 정도다. 엑소는 지난 7월 낸 4집 앨범이 100만장 넘게 팔렸고, 두 달 뒤 낸 리패키지 앨범은 45만장가량 팔렸다. 워너원도 데뷔 앨범이 72만장 팔렸고, 새 앨범 선주문량이 50만장을 넘겼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리패키지 앨범 발매를 두고 "팬들의 마음을 이용한 상술"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