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거나 나쁘거나] 화려한 영웅들 뭉쳤는데 수퍼맨이 너무 세네

입맛과 패션 감각도 제각각인데 영화 취향이 같을 순 없다. 세대와 성별 등에 따라 반응이 나뉠 법한 영화를 골라 관객들의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선일보 두 영화 기자가 입씨름을 대신 벌여준다.

"희망은 자동차 키 같아. 잃어버린 것 같지만, 찾아보면 늘 주변에 있지."

15일 개봉한 영화 '저스티스 리그'(감독 잭 스나이더)에서 아이들이 찍은 동영상 속 '수퍼맨'(헨리 카빌)이 웃으며 말한다. 전작인 '배트맨 대 수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 속 수퍼맨은 자신을 희생해 지구를 지켰다. 하지만 그가 사라진 세상엔 어둠의 공포만 자욱하다. '배트맨'(벤 애플렉)은 여신 '원더우먼'(갤 가돗), 번개처럼 빠른 '플래시'(에즈라 밀러), 바다의 지배자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몸의 절반이 기계인 '사이보그'(레이 피셔)를 소집한다. 새로운 수퍼 히어로 팀, '저스티스 리그'가 최강 악당에 맞선다.

수퍼 영웅이 개성을 갖고 관객과 친해지는 데는 중간 과정이 필수. 2008년 첫 아이언맨 영화를 탄생시킨 마블 엔터테인먼트가 2012년 '어벤져스'를 내놓기까지 4년이 걸렸다. 그 사이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솔로 영화 4편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벤져스와 달리 저스티스 리그는 멤버 절반이 이번 영화가 관객과 첫 만남이다. 첫눈에 반할 매력을 보여줘야 하는 건 부담. 그 결과는 꽤 성공적이다. 발만큼 입도 빠른 수다쟁이 플래시는 농담과 몸 개그로 영화에 웃음을 입힌다. 근육질 인상파 아쿠아맨도 원더우먼 앞에선 부드러운 남자다. 부담스러울 만큼 진지했던 배트맨도 유연해졌다. '당신 초능력이 뭐냐'고 묻는 플래시에게 '나는 부자'라고 농담도 한다. 치고받고 부수고 터지는 액션도 두말 필요 없이 호쾌하다. 수퍼 히어로 영화 팬들에게 가슴 뛰는 또 하나의 세계가 열렸다.

초능력을 지닌 영웅들이 등장하는 '수퍼 히어로' 영화도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다. 처음에는 고독한 영웅이 홀로 세상을 구하는 '개인전(個人戰)'이 주종을 이루더니, 최근에는 떼로 몰려다니는 '단체 경기'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언맨의 재력과 첨단 장비, 헐크의 괴력, 토르의 망치와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어우러진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어벤져스(Avengers)' 군단이 대표적이다.

수퍼맨과 배트맨·원더우먼 등이 포진한 '저스티스 리그'는 '어벤져스'에 맞선 수퍼 히어로계의 양대 산맥이다. 하지만 상대 팀과 비교하면 '저스티스 리그'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강병철과 삼태기'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팀의 비중이나 존재감이 수퍼맨에게 일방적으로 쏠린다는 점이다. 다른 영웅들이 모두 지구 출신인 데 비해 수퍼맨만 크립톤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다. 출신부터 다르다 보니 팀 내부의 불균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야기도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으로 흐른다는 점이다. '저스티스 리그'라는 팀을 구성하는 데만 1시간, 전편 '배트맨 대 수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숨을 거뒀던 수퍼맨을 되살리는 데만 다시 20분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정작 적들과 맞서 싸울 시간은 40분 남짓이다. 상대 팀 '어벤져스'가 초능력의 통제와 자율 같은 철학적 쟁점을 던지거나 유머 감각을 전면에 부각하는 등 다양하게 분화하는 반면, 뒤늦게 출발한 '저스티스 리그'는 영웅물의 고전적 이야기 구조에 충실한 점도 다소 복고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영웅들의 부활은 분명 반갑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걸그룹 '블랙핑크' 新曲도 흘러

'저스티스 리그'에는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의 최신 곡 '마지막처럼'이 흘러나온다. '배트맨'(벤 애플렉)이 멤버 규합을 위해 '플래시'(에즈라 밀러)의 작업실에 찾아간 장면이다. 플래시의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 '마지막처럼'의 뮤직비디오를 1분여간 틀어놓은 것이다. 할리우드의 수퍼 영웅 영화에서 K팝이 나온 건 매우 이례적이다.

블랙핑크의 소속사인 YG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신곡 발표 직후 영화사 워너브러더스 측에서 '플래시가 K팝의 열성팬이라는 영화 설정 때문에 이 곡을 사용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