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납치한 유괴범과 94분 숨막히는 추격전

오는 22일 개봉하는 '키드냅'(감독 루이스 프리에토)은 평범한 주부 버전의 '테이큰' 같다. 영화 '테이큰' 시리즈의 전직 특수요원 아버지(리엄 니슨)는 수퍼 영웅급 격투 능력으로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고 가족을 구했다. 하지만 평범한 엄마라면? 눈앞에서 아이가 납치될 때 보통 엄마도 수퍼 영웅만큼 힘을 낼지 모른다.

일하는 식당에선 진상 손님에게 들볶이고, 전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인 엄마 '카를라'(핼리 베리). 여섯 살 외아들 '프랭키'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갔는데, 잠깐 전화받는 사이 아이가 사라졌다. 억지로 아이를 차에 태우는 범인들을 뒤쫓다 휴대폰까지 잃어버렸다. 경찰을 부를 수도,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상태로 무작정 유괴범과 아들이 탄 파란색 포드 머스탱을 뒤쫓는다.

영화는 12시간 동안 좌충우돌하는 엄마의 모습을 상영 시간 94분으로 압축한다. 유괴범은 차 안 아들의 목에 칼을 대며 위협하고, 엄마는 어떻게든 이들을 안 놓치려 애쓴다. 공포에 질린 엄마는 안쓰럽고, 범인들과 홀로 맞서는 엄마는 강하다. 핼리 베리의 얼굴엔 한 여인 속 두 모습이 동시에 드러난다. 범인 차를 놓쳐도 쫓아갈 갈림길을 콕 집어내고, 총칼로 위협당해도 끝내 이겨낸다. 실은 목적을 알 수 없는 범인들보다 절차 따지다 늘 두어 발 늦는 공권력의 무력함이 더 무섭다.

핼리 베리는 킹스맨의 스파이 '진저', 배트맨의 '캣우먼', 엑스맨의 폭풍을 부르는 돌연변이 '스톰' 같은 수퍼 영웅으로 유명한 배우. 하지만 그건 이 배우의 절반일 뿐이다. 본래 '몬스터볼'(2002)로 일찌감치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탄 연기까지 되는 배우다. 핼리 베리는 '더 콜'(2013) 등 범죄 스릴러물에 출연했을 때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쩔쩔매는 듯하다 사건도 해결하고 범인도 잡았다.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