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소설의 귀환

노잔(老殘)이라는 시골 의사가 청나라 말기 산둥성 일대를 유람하며, 제국주의의 침략과 봉건 관료들의 부패 때문에 고통받는 민중의 삶을 그린 20회짜리 소설이다. 중국의 문호 루신이 이름 붙인 '견책 소설'의 대표작. 견책 소설이란, 풍자와 함축미가 부족하고 어조가 너무 직설적이고 신랄해 '꾸짖는다'는 의미의 견책(譴責)이라는 용어가 붙은 작품군을 일컫는다. 견책 소설은 청나라 말기에 주로 신문·잡지에 연재됐다. 이 작품은 출세에 혈안이 된 부패 관리의 혹정뿐만 아니라 청렴한 관리를 자칭하는 자들의 폭정이 얼마나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지를 함께 보여주고 있어 이채롭다.

작가 류어는 1876년 과거에 낙방한 뒤 홀로 금석학과 의학 등을 연마했다. 의화단 사건 때 고향 장쑤성에서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던 미곡 창고의 정부미를 얻어내 난민들에게 나누어 줬다가 정부미를 사사로이 처분했다는 혐의로 1908년 신장에 유배된 뒤 숨졌다.

저자의 기골과 격정이 담긴 이 소설은 1906년 출간된 이래 중국에서 꾸준히 읽혀왔다. 이번에 새삼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광군제 특별 세일이 촉발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중국에서도 내우외환이라는 시의성이 여전한 덕분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