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연이틀 규모 3.5 여진… "수능날 또 올까 두렵다"

경북 포항 강진 발생 6일째를 맞은 20일 오전 6시 5분, 규모 3.6의 여진이 다시 포항을 흔들었다. 하루 전인 19일 오후 11시 45분에도 규모 3.5의 여진이 있었다. 규모 3.0 이상의 여진이 두 차례 연달아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규모 3.6은 지난 15일 지진 이후 여진 중 둘째로 크다. 이날까지 여진은 총 58회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이날 여진의 진도를 Ⅴ(5)등급으로 측정했다. 진도 Ⅴ등급이면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낀다. 자다가도 깰 수 있는 정도다. 지진 규모로는 15일 지진보다 작으나 진도는 엇비슷했다. 아직 지각활동이 안정에 접어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밤 여진 당시 포항시 북구 두호동의 음식점에 있던 오정은(46)씨는 "갑자기 컵이 떨리더니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고 말했다. 오씨는 "지진이 나자 음식을 먹던 손님이 여기저기서 흐느끼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며 "테이블 바닥으로 숨거나 계산도 없이 황급히 도망가는 손님 등이 엉켜 한때 가게가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시험 보다 지진 나면 어쩌나요"

잦아든 줄 알았던 지진이 다시 발생하자 포항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간신히 쓸어내렸다. 20일 일제히 정상 수업을 재개한 포항시 각급 학교에서도 불안에 떠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날 포항 지역 유치원 12곳, 초등학교 12곳, 중학교 4곳 등 피해 정도가 심한 학교를 제외한 모든 학교의 학생들이 닷새 만에 등굣길에 올랐다. 오전 8시 20분쯤 포항 북구 우현동 영신고등학교에서 만난 이 학교 3학년 박성규(19)군은 "생각을 안 하려 해도 여진 소식이 계속 들려 컨디션이 최악"이라며 "집중이 안 돼 공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학교 여기저기에는 강진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사물함에서 쏟아진 책이 교실 구석에 널브러져 있었고, 복도에는 돌가루가 흩어져 있었다.

강진 이후 처음으로 등교한 학생들은 바닥에 떨어진 책과 필기도구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포대에 담아 날랐다. 이 학교 3학년 이기섭(18)군은 "오늘은 부모님이 교문 앞까지 바래다주셨다"며 "지진이 나면 무조건 책상 밑으로 들어가라고 하셨는데, 정말로 나면 어떨지 무섭다"고 말했다. 3학년 박순식(18)군은 "수능 당일 시험을 보다 강진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자꾸 든다"고 말했다.

인근 세화고등학교에서는 교실과 복도에 모인 학생들이 지진 소식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 학교는 지진 당일 전교생과 교직원이 신속하게 대피해 인명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지진으로 운동장 일부가 갈라져 이를 목격한 학생들이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은 작은 소리에도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3학년 김미선(18)양은 "책 떨어지는 소리에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복도에 놓여 있는 콘크리트 접착제만 봐도 지진 생각이 떠올라 겁이 난다"고 말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북구 흥해읍 박모(52)씨는 "혹시나 수능을 앞둔 아이가 초조해할까 봐 여진 소식이 들려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속으로만 삭인다"고 했다.

◇"수험생 대할 땐 평상시처럼"

전문가들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불안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포항에서 직접 지진을 겪은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신성만 교수는 "포항 지진을 겪은 학생 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몸의 특정 부위에 힘을 줘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긴장을 풀고 몸을 이완할 수 있게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성균관대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는 "불안감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할 수 있어 수면 사이클을 잘 관리해야 한다"며 "따뜻한 우유를 마시거나 큰 심호흡, 복식호흡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부모나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재난 심리를 연구하는 성균관대 교육학과 이동훈 교수는 "손을 꼭 잡아주고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해주며 심리를 안정시켜줘야 한다"고 했다. 고려대 심리학과 최준식 교수는 "가족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며 걱정하기보다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수험생을 대하는 게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수험생들이 스마트폰이나 소셜 미디어로 지나치게 자주 지진 소식을 접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다. 이동훈 교수는 "학생들은 수시로 인터넷 등을 통해 지진 상황을 확인하는데, 심리적 안정을 해치고 지나치게 재난 상황에 사로잡히게 된다"며 "과도하게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도록 부모의 지침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