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국 아티스트 80人… 데이터 속 세상을 묻다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계는 암울하기만 할까? 터키 작가 피나르 욜다스가 바라본 미래는 그렇지 않다. 귀를 쫑긋 세운 새끼 고양이 로봇이 스크린에 나와 현재 돌아가는 정치판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앙증맞게 말한다. "나는 너를 지켜줄 거야." 고양이 형상의 인공지능이 정부 엘리트를 대신해 통치한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기술의 인간화'를 주제로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탐색해온 아트센터 나비가 이번엔 인공지능의 핵심인 데이터를 집중 탐구했다.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리는 '네오토피아: 데이터와 휴머니티'전(展)은 데이터를 통해 사람 사이 관계를 들여다보고, 사회·정치 참여를 유도하는 등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데이터의 역할을 모색한다.

'일본의 백남준'이라 불리는 마사키 후지하타의 작품이 흥미롭다. 3D 입체 안경을 쓰고 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눈앞에서 소리를 지른다. 프랑스 낭트의 한 숲속에서 GPS 수신기와 비디오 카메라를 부착한 자전거를 탄 사람들을 찍은 3D 영상. 사이버 공간에 인간의 삶을 표현하고 집단 기억을 디지털화한 프로젝트다.

'MWITM(Man and Woman In the Middle)'도 재미있다. 두 대의 스마트폰을 통해 남녀가 문자를 주고받는 내용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자세히 보면 수신자와 발신자의 문자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특수 코딩 시스템이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만한 내용을 알아서 없애거나 긍정적 내용으로 바꿔 두 사람의 관계가 더 나아지도록 돕기 때문이다. 13국 아티스트 80여 명이 참여해 데이터가 만들어갈 세상을 묻는 이 전시는 서울 서린동 아트센터나비와 장충동 타작마당 등에서 펼쳐진다. (02)2121-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