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에어컨 컴프레서 年 130만대 생산"

지난 16일 중국 다롄 경제기술개발구에 있는 한온시스템 공장. 공장 한쪽에 설치된 가로 70m, 세로 30m 작업장에 들어서니 꼬불꼬불 이어진 총 길이 177m의 컨베이어벨트가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조립라인 앞에 선 직원 머리 위로는 현재 생산되는 모델명과 생산목표, 현재 생산량 등의 숫자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곳에서는 100여 개의 작은 부품으로 컴프레서(compressor)를 만든다. 컴프레서는 에어컨에서 찬바람이 나오게 하기 위해 가스 냉매를 압축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연간 270만개의 컴프레서는 베이징현대(현대차)와 포드, 재규어랜드로버에 납품된다.

공장 다른 쪽에서는 오렌지색 로봇 5대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알루미늄을 가공, 전동식 컴프레서의 핵심 부품인 '스크롤'을 생산하고 있었다. 허재현 한온시스템 다롄공장 법인장(상무)은 "전기차에는 기존 컴프레서와 다른 전동식 컴프레서가 들어간다"며 "앞으로는 이 공장에서 전기차용 전동 컴프레서를 2020년 기준 연간 100만대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차량공조용 부품업체인 한온시스템이 중국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잡기 위해 현지 업체들과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전기차 부품 생산능력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업체와 합자회사 설립해 현지화 강화

한온시스템은 작년 매출액이 5조7037억원인 국내 최대 차량 열관리 전문업체다. 에어컨 등 자동차 공조 시스템을 생산한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로 보면 도요타의 계열사인 덴소에 이어 2위다.

한온시스템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꾸준한 투자를 해왔다. 전 세계에 40여 개의 공장을 운영 중인데 중국에 13개가 있다. 1995년부터 중국 이치그룹과 'FHTS'라는 합자회사를 세워 창춘공장에서 차량용 공조 부품을 생산 중이다. 생산된 부품은 폴크스바겐, 포드, 베이징자동차 등에 납품된다.

최근엔 중국 공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여러 차례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 내 국산차 판매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한온시스템의 현대차 매출 비중은 51% 수준이다. 이인영 한온시스템 사장은 "중국의 다양한 업체들이 한온이 가진 기술력과 인프라, 네트워크를 탐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온시스템은 또 지난달 25일 중국난팡공업그룹(CSGC)의 계열사인 충칭건설모터, 충칭건설기전과 합자회사를 설립해 중국 현지화를 강화했다. 중국난팡공업그룹은 연매출이 80조원인 대형 국유 기업으로 중국 현지 1위 완성차 업체인 '창안자동차'와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의 합작법인인 '창안포드' '창안마쓰다' '창안스즈키'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합자회사를 통해 중국 충칭에 공장을 세우고, 내연기관 자동차용인 컴프레서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만든 컴프레서는 창안자동차와 창안포드 등에 납품될 예정이다. 한온시스템은 합자회사가 2022년에 연 90만대 생산, 매출 20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확대 노리는 한온시스템

중국 공략 강화의 또 다른 이유는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이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에어컨에 들어가는 전동식 컴프레서 개발에 대한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한온시스템은 폴크스바겐, 아우디, BMW,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들과 전동 컴프레서 납품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올해 중국의 상반기 친환경차 시장 규모는 19만5000대로 작년보다 14.7% 증가했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기술 유출을 우려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중국 업체들은 도요타에 수직계열화된 덴소보다 한온시스템과 손잡기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를 겨냥, 한온시스템은 현재 중국에 전동 컴프레서 라인을 확충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다롄과 창춘의 한온시스템 공장에는 전동식 컴프레서 조립 라인 증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온시스템의 합자사인 FHTS의 톈옌리 대표는 "내년 7월부터 창춘공장에 전동 컴프레서 라인을 가동하고, 2020년부터 연간 30만대 규모로 생산해 폴크스바겐 등에 납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롄공장도 2020년까지 연간 100만대, 2024년엔 연간 200만대의 전동 컴프레서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