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연말 스크린 장악

탄탄한 스토리는 영화의 기본 중 기본이다. 관객이 이야기와 캐릭터를 미리 알고 또 좋아한다면 금상첨화다. 인기 웹툰은 '스토리의 힘'과 '높은 인지·선호도'라는 장점을 모두 갖췄다. 연중 여름휴가철에 이어 둘째로 큰 장이 서는 연말, 한국 영화는 웹툰 원작 영화들을 제출했다.

◇반드시 잡는다: 실버판 '끝까지 간다'

웹툰 원작 영화 러시의 테이프는 오는 29일 개봉하는 범죄 스릴러 '반드시 잡는다'가 끊는다. 김우빈 주연 '기술자들'(2014)을 만든 김홍선 감독이 포털 사이트 다음의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작가 제피가루)를 영화화했다.

가난하지만 평온한 아리동에 30년 전 미제 사건과 같은 수법의 연쇄 살인이 재연된다. 사고나 자살로 위장해 힘없는 노인을, 그다음엔 혼자 사는 긴 생머리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수법이 옛날 그대로. 돈밖에 모른다고 욕먹는 밉상 '심덕수'(백윤식)와 30년 전 눈앞에서 살인마를 놓쳤던 은퇴 형사 '박평달'(성동일)이 함께 범인을 쫓는다. 고질병인 반전 강박, 가끔 요령 없이 뒤숭숭해지는 전개는 아쉽지만, 두 배우의 호연 덕에 '액션 노인' 캐릭터가 생생하고 매력적이다. 몇몇 인기 배우로 '영화 돌려 막기'가 만연한 풍토에서, 두 노장 배우의 활약은 반가운 일.

영화 '끝까지 간다' 제작사 'AD406'의 작품이다. 실버판 '끝까지 간다'라 해도 좋을 만큼 꽤 흥미진진한 범죄 스릴러. 열심히 살아도 피지 않는 서민 살림, 고독사와 노인 혐오 같은 문제도 건드리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연말 블록버스터도 줄줄이 대기

그동안에도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관객 695만명), '이끼'(2010·335만명) 등 몇몇 웹툰 원작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차원이 다르다.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와 '강철비'(감독 양우석)가 흥행 대기 중이다. 우리 영화 '1987'(감독 장준환), 저력의 할리우드 SF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와 함께 연말 시장을 나눌 국산 블록버스터다.

'신과 함께'는 주호민 작가의 포털 네이버 동명 웹툰 원작. 사후(死後) 49일간 일곱 지옥을 지나며 생전의 죄에 대한 심판을 받는 망자(亡者)와, 그 안내자이자 변호사인 '저승차사'들 이야기다. 원작은 두렵고도 신비로운 사후 세계 설정과 권선징악 휴머니즘의 균형이 좋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재 당시 포털 웹툰 조회 수 1위를 수차례 했고, 단행본도 45만권 이상 판매됐다. 원작의 열광적 팬이 영화엔 장점인 동시에 부담. 하지만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을 만든 김용화 감독은 흥행 요소 두루 갖춘 영화를 뽑아내는 재주가 탁월하다. 직접 만든 CG 기업 '덱스터 스튜디오'가 이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 등 특수 촬영을 책임진다.

'강철비'는 웹툰 작가가 직접 연출을 맡은 작품. 2011년 5월부터 '다음'에 연재했던 웹툰 '스틸 레인'(Steel Rain)을 직접 옮겼다. 영화에선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한국의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벌어지는 긴박한 핵전쟁 위기를 추가했다. 영화 내용을 담은 속편 격 웹툰 '강철비'도 현재 연재 중이다. 웹툰과 영화의 협업이 겨울 극장을 달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