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아도… 비행기는 멀쩡?

주말이던 지난 25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와 함께 천둥·번개가 요란했다. 이날 오후 6시 20분쯤 승객 270여 명을 태운 아시아나항공(OZ8972편)이 제주공항을 이륙해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항공기는 예정된 오후 7시 20분 목적지에 도착했다. 비행 중 승객과 승무원은 기체가 잠깐 흔들리긴 했지만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착륙 후 정비 과정에서 기체에서 일부 그을음을 확인했다. 비행 중 낙뢰에 맞았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후 "낙뢰에 맞고도 무사했다니 천만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형 여객기는 보통 1년에 1~2회 정도 운항 중 낙뢰를 맞는다. 그렇지만 기체가 심하게 파손돼 사고가 나는 일은 드물다. 낙뢰로 인한 강력한 전기를 내보내는 '정전기 방출기(static discharger)'라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 좌우 날개와 꼬리 날개 등에 수십 개 달려 있는 20~30㎝ 길이 침이 그것이다. 비행기 동체는 전기가 잘 흐르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졌다. 비행기가 벼락을 맞으면 전기는 비행기 외부 표면을 따라 흐르면서 '정전기 방출기'를 통해 공기 중으로 순식간에 흩어지게 된다. 이때 비행기 내부에는 전류가 통하지 않는다.

비행기가 벼락을 맞는 일은 계속 발생하지만 승객들은 이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난기류쯤으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KTX도 차체에 낙뢰 보호 장치가 있다. 기차 지붕에 피뢰기가 있고, 벼락을 맞더라도 이상 발생한 전압이 차체를 통해 레일로 흘러내리도록 하는 접지(接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자동차 내부도 야외보다 낙뢰에 안전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별도 장치는 없지만 차량은 타이어를 통해 지면에 닿아 있다"며 "전류가 차 표면을 따라 땅으로 흘러들어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