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인 '향기로운 외출'

"안녕하세요, 손님! 화면에 있는 메뉴를 선택해주시겠어요?"

지난 20일 서울 강동구청의 카페 '행복플러스가게'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김민정(20)씨는 주문을 하려는 손님에게 터치 스크린을 가리켰다. 손님이 '아메리카노'와 '연하게' 옵션을 선택하자 김씨는 "감사합니다, 손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고 웃으며 인사했다. 카페를 찾은 손님들은 "민정씨의 밝은 인사 덕분에 올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소와 커피 맛으로 보면 여느 바리스타와 다를 바 없는 김씨는 중증 발달 장애인이다. 지난 14일 문을 연 '행복플러스가게'는 서울 최초 중증 장애인 채용 카페다. 김씨를 포함해 3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중증 장애인 4명이 바리스타로 채용돼 오전·오후 조로 교대한다. 구청은 이들을 채용하기 위해 커피 제조 과정이 간단한 기계와 터치 스크린형 계산대를 설치했다.

중증 발달 장애인은 언어나 운동 능력, 공간 지각 능력 등이 부족해 학습이 느리다. 그러나 커피 제조 같은 간단한 기술은 반복을 통해 익힐 수 있다. 바리스타로 일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소통이 어렵거나 동작이 부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일부 손님이 꺼리기도 한다. 신숙 강동구청 장애인 복지팀장은 "장애인 바리스타들은 요령껏 넘길 수 있는 일도 원칙대로 처리하고 일처리가 깐깐하다"며 "카페 손님 중에선 장애인이 만든 줄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행복플러스가게'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4명은 모두 강동구 장애인 직업학교 졸업생이다. 공공기관에서 직업교육을 마치고 취업까지 이어진 사례다. 비장애인은 6개월에 마치는 교육이지만 이들은 1년이 걸린다. 바리스타 기술과 함께 혼자서 집에서 회사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법, 사람과 눈을 맞추는 법까지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김씨와 함께 일하는 이지은(23)씨는 "집에 가서도 매일 15잔씩 커피 만드는 연습을 한다"며 "아직 손님을 대하는 건 겁이 난다"고 했다. 김씨는 "저는 보육원에서 살아서 연습은 많이 못 하지만 손님 응대는 자신 있어요"라며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거죠"라고 거들었다.

김씨와 이씨는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있다. 이씨는 "개인 카페를 차려서 제가 그린 그림을 걸어두고 싶다"고 했다. 교회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다는 김씨는 "스타벅스처럼 로고만 봐도 알 만한 커피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카페에서 이들을 돕는 김은빛 매니저는 "항상 일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