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K팝 이어 K뷰티… 일본 '제3 한류' 열풍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화장품 시장인 일본에서 K뷰티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일본 수입화장품협회가 발표한 올해 1~9월 실적에 따르면, 일본이 수입한 한국산 색조 화장품은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26억8000만엔(약 259억원), 스킨케어 제품은 14.6% 증가한 100억엔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입은 1억8265만달러(약1967억원)로 역대 최대였는데, 이대로라면 올해도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 현상을 '제3의 한류'라고 보도했다. 2003년 NHK에서 '겨울 소나타'가 방송되며 불었던 드라마 붐이 첫 번째, 2010년 소녀시대·빅뱅의 일본 진출이 계기가 된 K팝의 인기가 두 번째라면, 지금 화장품 등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불고 있는 붐이 세 번째 한류라는 것이다.

◇중저가 색조 브랜드가 화장품 한류 이끌어

일본 내 화장품 한류를 이끄는 것은 미샤·페리페라 등 중저가 색조 화장품 브랜드다. 현재 일본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피부는 하얗게, 입술은 선명하게 하는 '한국식 얼짱 메이크업'이 유행이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2015년 4월 출시한 M매직쿠션의 누적 판매량이 현재 500만개를 돌파했다고 29일 밝혔다. 쿠션이란 특수 스펀지에 기초 화장품을 흡수시켜 바르기 편하게 만든 화장품이다. 일본에서는 단일 제품 판매가 100만개만 넘어도 히트 상품으로 분류한다. 미샤의 지난해 일본 매출은 273억원으로 전년의 2배로 성장했다. 현재 일본 내 미샤 제품 판매처는 1만여 곳으로 지난해 6000여 곳보다 67% 늘었다.

클리오가 출시한 브랜드 '페리페라'의 립틴트도 수천 개 매장에 입점하며 일본 내 립틴트 붐의 선두 주자가 됐다. 립틴트는 색소가 입술에 스며들도록 해 선명한 색을 내는 화장품을 말한다.

스킨푸드의 올해 1분기 일본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국내 색조 화장품 브랜드 위치스파우치의 일본 수입업자는 "현재 상점과 약국 등 250개 점포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500점포, 조만간 최대 1000개 점포에 입점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자녹스'의 마이크로 폼 쿠션의 일본 매출도 전년의 3배로 늘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저가 색조 브랜드인 '에뛰드하우스'를 지난해 말 도쿄(東京) 패션 중심지인 하라주쿠(原宿)에 열었다. 일본 유통 전문지 닛케이MJ는 매장을 방문한 10대 여학생들이 인터뷰에서 "눈썹 틴트(검은색 색소를 눈썹 결 모양대로 착색시키는 화장품) 등 기존에 없던 제품이 놀랍다", "파스텔 톤의 일본 화장품보다 명확하게 개성을 드러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10~20대가 소셜 미디어로 퍼트려

이번 화장품 한류의 특징은 10~20대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진행된 한 설문에서는 10대 여성의 절반가량이 패션과 관련해 참고하고 있는 나라를 '한국'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앞으로 소비의 주역일 뿐만 아니라, 한·일 양국 정치 문제에 관한 영향도 비교적 적게 받는다. 일본 내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젊은이들은 단지 한국 화장품이 '멋지다(cool)'고 생각해 따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 화장품 업계에서는 "창조적인 제품을 통한 틈새시장 진출"을 예로 든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화장품 시장이 편집 매장 위주다. 많은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한국 화장품은 일본 소비자가 보기에 신기한 제품이 많아 선택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쿠션과 틴트는 모두 한국이 개발한 제품이다.

일본 화장품 전문지 주간장업은 "한국 화장품의 제품 개발 사이클은 매우 빠르다"며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창조하는 한국 화장품의 기동력은 일본 화장품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