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친환경 바람이 가스비도 잡았다

가스비를 절약하면서도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가 뜨고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 제품인 '콘덴싱 보일러'는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일반 보일러의 20~30% 수준으로 줄인 제품이다. 에너지 사용량도 일반 보일러의 70% 수준이어서 매달 가스비도 그만큼 아낄 수 있다.

또한 일반 보일러가 120℃에 달하는 뜨거운 배기가스를 그냥 배출하는 것과 달리, 콘덴싱 보일러는 배기가스로 빠져나가는 열을 다시 모아서 난방과 온수 가열에 재활용한다.

그동안 콘덴싱 보일러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70만~80만원 수준으로 일반 보일러보다 20만원가량 비싸 확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올 1월부터 환경부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자체들이 콘덴싱 보일러 1만2000여 대를 대상으로 신규 설치 시 대당 16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콘덴싱 보일러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주요 보일러 업체인 경동나비엔·린나이코리아·대성쎌틱 등은 여러 편의 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친환경 보일러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고, 귀뚜라미는 기존 일반 보일러의 성능을 끌어올린 제품을 내놓고 콘덴싱 보일러와 경쟁하고 있다.

◇대기오염물질은 5분의 1 수준, 가스비는 30% 절감한 콘덴싱 보일러

1988년 국내 최초로 콘덴싱 보일러를 선보인 경동나비엔은 올해 4월 새로운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NCB 780'을 선보였다.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기존 일반보일러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였고, 보일러 내부엔 구리 소재 대신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해 내구성을 끌어올렸다. 구리와 달리 스테인리스는 녹이 잘 생기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 지급 결정 이후 콘덴싱 보일러 설치 문의가 늘어나며 이 부문 매출이 올해 20% 정도 증가했다"며 "설사 지원금이 없더라도 콘덴싱 보일러를 3년 이상 사용하면 가스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보일러보다 더 저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린나이코리아는 콘덴싱 보일러에 다양한 편의 기능을 추가해 시장 경쟁에 나섰다. 대표 제품은 '스마트 콘덴싱 보일러 RC300.' 실내와 실외 온도 차이를 측정해 난방과 온수 기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오토 기능을 탑재했다. 또 급속 난방·온수 예열 기능을 더해 사용자가 더 편리하게 보일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성쎌틱의 친환경 보일러 주력 제품은 'S-CLASS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다. 열전도율이 높은 구리를 사용한 열교환기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특수 설계 버너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최대 50%까지 감소시켜준다. 또 보일러 운전 중 배출되는 배기가스 온도를 측정해 배기가스 온도가 갑작스럽게 상승할 경우 운전을 자동으로 정지하는 시스템을 갖춰 보일러 사고를 예방한다.

◇일반 보일러도 친환경 제품 속속 나와

국내 가정용 가스보일러 시장은 1300만여 대, 이 중 약 70%가 일반 보일러로 추정된다. 콘덴싱 보일러의 보급률이 30%에 그친 이유는 가격 외에도 콘덴싱 보일러의 열 재활용 과정에서 나오는 응축수를 처리할 배관이 없는 주택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귀뚜라미는 이렇게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하기 어려운 주택을 위한 친환경 보일러를 내놓았다.

귀뚜라미의 '거꾸로 저녹스 가스보일러'는 일반 보일러인데도 배기가스를 최소화한 친환경 제품이다. 내부 구조는 일반 보일러와 똑같지만, 특수 설계된 버너가 질소산화물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배기가스가 지나가는 관에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해 열전달 효과도 대폭 끌어올렸다. 가격도 콘덴싱 보일러에 비해 20만원가량 저렴한 50만~60만원이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콘덴싱 보일러 보조금이 수도권으로 한정되어 있고, 배관 시설이 부족한 오래된 집에선 콘덴싱 보일러를 사용할 수 없다"며 "귀뚜라미는 일반 보일러를 사용해야 하는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 제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