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째 연말 뉴욕엔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럴'

"이번 주에 나는 디킨스의 6페니짜리 신판(新版) '크리스마스 캐럴'과 '귀신 들린 사람'을 샀어. 나는 디킨스의 모든 작품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이 두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거의 매년 읽었지. 그래도 매번 새롭게 다가와."

지난 12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 '찰스 디킨스와 크리스마스의 유령'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 벽에 빈센트 반 고흐가 1883년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 붙어 있었다. 모건 라이브러리는 금융인이자 고서 및 미술품 컬렉터였던 J P 모건(1837~1913)의 개인 도서관으로 1906년 시작했다. 모건 사후(死後)인 1924년 아들이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공공기관으로 만들었다.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1812~1870)의 대표작 '크리스마스 캐럴'(1843) 원고는 구텐베르크 성경과 함께 모건 라이브러리의 대표 소장품으로 꼽힌다. 모건 라이브러리 관계자는 "50여 년 전부터 매년 11~1월 찰스 디킨스 특별전을 열고 있다"면서 "해마다 3만5000여 명이 '크리스마스 캐럴'을 보러 온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선 '크리스마스 캐럴' 원고와 초판본 삽화, 디킨스의 사진, 그의 휴대용 잉크병 등 다양한 자료들이 소개됐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구두쇠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 찾아온 유령들을 통해 과거·현재·미래를 돌아보고 회개한다는 이야기. 디킨스는 이 작품을 6주 만에 썼다. 경제적 어려움이 그의 집필 연료였다. 10남매의 아버지인 그는 런던에 큰 집을 막 산 참이었는데, 전작 '마틴 처즐위트'는 판매가 나빴다. 게다가 툭하면 형제들이 돈을 꾸러 왔다.

책은 1843년 12월 19일 서점가에 풀렸다. '성탄절 기획 상품'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초판 6000부가 모두 팔렸다. 디킨스는 "내가 이룬 것 중 가장 엄청나고 위대한 성공"이라 평했다. 이듬해인 1844년 말까지 모두 1만5000부가 팔렸다. 해적판이 출몰해 디킨스를 화나게 했지만 불후의 명작으로 자리 잡았다. 디킨스는 이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난롯가의 귀뚜라미'(1845) 등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소설을 네 편 더 썼다. 이번 전시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다른 크리스마스 이야기 네 편의 원고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성공은 디킨스를 공개 낭독회로 이끌었다. 1853년 디킨스는 영국 지방 도시들을 돌며 지역 자선기금 마련 행사에서 이 작품을 공개 낭독하기 시작했다. 청중의 반응은 열광적이었고 그는 런던에 이어 미국까지 진출한다. 1867년 12월 보스턴에서 시작한 미국 낭독 투어는 이듬해 4월 뉴욕에서 끝난다. 76회에 걸친 미국 낭독회에서 그는 10만 명 넘는 청중에게 작품을 들려주었고 9만5000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는 현재 물가로 치면 150만달러(약 16억원) 정도다. 그는 낭독회로 부(富)와 명성을 얻었지만 과로는 심장에 무리가 됐다. 디킨스는 미국 낭독 투어를 마친 2년 후인 1870년 심장마비로 숨진다. 전시는 내년 1월 1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