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땅이 없다… 그린벨트 해제 속전속결이 답

수도권 공공주택지구(공공택지)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정부에서 신규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한 상태에서 최근 2~3년간 주택 시장이 호황을 이어갔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에 지정한 택지를 대부분 소비했기 때문이다. 11월 29일 정부가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그린벨트를 추가로 해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배경도 결국 남은 택지 중 쓸 만한 택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택지 부족 현상이 건설 경제 침체로 이어지며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건설산업이 국내 경제 성장의 20~30%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지 남긴 했지만 상품성 떨어져

공공택지는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통해 대규모로 개발하는 주택 용지다. 보통 '성남고등지구'처럼 명칭에 '~지구'를 쓰고, 3.3㎢가 넘으면 '신도시'로 부른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도권에 공급한 아파트 55%가 이런 공공택지에 지어졌다. 공공택지가 수도권 주택 공급 시장을 좌우한 셈이다.

 

문제는 최근 수년간 공공택지 신규 지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역대 정부별 택지지정 면적을 보면, '주택 200만호 건설'을 표방했던 노태우 정부가 156㎢, 세종시와 혁신도시 개발사업을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가 296㎢를 각각 택지로 지정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發)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주택 시장이 급랭하자 이명박 정부는 34㎢, 박근혜 정부는 7㎢를 신규 택지로 지정하는 데 그쳤다.

이렇게 신규 택지 지정이 없는 동안 주택 시장은 반등했고 택지 활용은 급증했다. 2011~2013년 연 평균 1.8㎢씩 팔리던 수도권 LH 택지는 이후 3년간은 연 평균 3.9㎢씩 팔려나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 잔여 택지는 40.2㎢ 수준. 77만가구를 지을 수 있는 규모이며 이 중 약 20㎢가 수도권 택지다. 국토부는 "수도권 택지에 51만9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숫자로 보면 적은 규모는 아니다. 최근 3년 추세대로 팔려나가더라도 6~7년은 버틸 수 있다.

문제는 질(質)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인천·양주·파주·화성·평택 등 실질적으로 '서울 대체지' 기능이 어려운 5개시 비율이 전체 물량의 65%에 달한다"고 말했다. 실제 수도권 택지 매각 규모는 2014·2015년 연평균 4㎢에서 작년 2.9㎢로 급감했다.

택지 부족이 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내 경제성장률 중 주택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5%였고, 작년에는 35.7%까지 올라왔다. 오지윤 KDI 연구위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3%라고 가정하면 주택 건설 기여도가 3.3~6.7%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 열풍 일기 전 그린벨트 조기 지정해야"

결국 국토부가 꺼내든 카드는 '그린벨트 해제'다.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전국에 16만 가구가 들어설 수 있는 택지 40곳을 새롭게 개발하겠다는 것.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미분양 지역, 비인기 지역 등을 제외하고 수요자가 좋아할 만한 지역을 선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면서 "보전 가치가 낮은 비닐하우스촌 위주로 해제, 환경 논란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 과정에서 '속전속결'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이번에 정부가 1차로 그린벨트 해제를 공식 발표한 8곳 중 하나인 성남 금토동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몇 달 전부터 그린벨트가 풀린다는 얘기가 돌면서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금토동 그린벨트 내 밭(田) 가격은 지난 3월 3.3㎡당 66만원에 팔렸지만, 지난달에는 두 건의 거래에서 각각 145만원과 100만원에 거래됐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 지정이 늦어지면 그 사이 투기 세력이 유입되면서 땅값이 올라 예산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며 "일단 정책을 공표한 이상 신속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