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원한남 분양가, 1억 이하로 '백기'

최고 1억원이 넘는 초고가 분양 논란을 빚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Nine One) 한남'이 결국 분양가를 낮춰 분양 보증 승인을 신청했다. 시행사인 대신에프앤아이㈜가 당초 3.3㎡당 분양가를 평균 6000만원대 이상, 일부 펜트하우스는 1억원 안팎으로 책정하려 했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의견을 따라 평균 5000만원대까지 내렸다. 최고 1억원 이상까지 염두에 뒀던 펜트하우스는 가격을 HUG에 백지 위임했다. 1억원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에서 분양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금융그룹 계열 대신에프앤아이㈜는 한남동 외인주택 부지에 짓는 나인원 한남 분양보증 신청서를 HUG에 제출했다. HUG와 분양 보증 문제를 협의한 지 3개월 만이다. 분양가는 HUG 보증 신청 기준에 따라 '주변 시세의 110% 이내'로 맞췄다.

인근 고가 아파트 '한남더힐'과 가격을 비교해, 전체 335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206·244㎡ 263가구 분양가는 3.3㎡당 5600만원, 복층형 273㎡ 43가구는 6900만원으로 신청했다. 일단 기존 아파트 최고 분양가 기록인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3.3㎡당 4750만원) 기록은 갈아치웠다.

남은 건 논란의 중심이던 '펜트하우스'(244㎡). 분양가를 HUG에 위임하긴 했지만 6900만원보다는 높게 책정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상태다. 대신 관계자는 "각 동(棟) 꼭대기 층에 전용 수영장·앞마당과 함께 만들어지는 이 펜트하우스는 전체 분양 가구의 8.6%에 불과하지만, 의미는 그 이상"이라면서 "비싼 땅을 매입해 사업을 하는데, 일방적으로 가격을 싸게 책정하라는 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대신 측은 당초 부지 5만9182㎡에 대한 낙찰 금액이 6242억원으로 높았던 만큼 펜트하우스라도 비싸게 받아야 수지 타산이 맞는다는 주장이다. 대신 측은 분양보증 발급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반면 HUG 측은 "주택시장 안정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3.3㎡당 1억원 가까운 가격은 무리"라면서 "'사상 최고가' 아파트가 부동산 규제 대책이 봇물처럼 나오는 시점에 등장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현재 아파트 가구별 분양가 최고 기록은 한남더힐이 갖고 있다. 펜트하우스를 지난해 3.3㎡당 8150만원에 분양했다. 하지만 범위를 '아파트' 밖으로 확대하면 빌라 등 서울 고급 주택 시장에서 '3.3㎡당 1억원' 벽은 이미 뚫렸다. 서울 청담동 영동대교 남단에 있던 '호텔 엘루이'를 허물고 건설하는 빌라 '더 펜트하우스 청담'은 최고층 펜트하우스가 180억원대, 나머지는 70억~110억원대에 분양한다. 펜트하우스는 3.3㎡당 분양가가 1억200만원, 일반 가구 일부도 9000만원 수준이다. 인근 청담동 '원에이치(One H)'도 펜트하우스가 180억원으로 3.3㎡당 9500만원 수준이다. 롯데월드타워 내에 들어선 오피스텔 '시그니엘 레지던스'도 최고 분양가가 3.3㎡당 8000만원이었다. '30가구 미만'으로 지어지는 빌라 등은 HUG 분양보증이 필요 없어 가격이 치솟고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빌라는 지하주차장까지 분양 면적에 포함하기 때문에, 아파트처럼 계산하면 강남권에 3.3㎡당 2억원에 가까운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일반 주택 시장과 부유층 대상 호화 주택 시장은 별개"라면서 "정부로서는 호화 주택이 비싼 가격에 거래되도록 두고, 그에 맞는 세금을 거둬 주거 복지에 쓰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