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3위 시장 한국, 글로벌 격전장으로

세계 5위 엘리베이터 회사인 히타치가 18년 만에 한국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히타치엘리베이터코리아는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설립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단 내년 500대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승강기 입찰에도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인 한국 엘리베이터 시장을 놓고 글로벌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히타치 국내 재진출…"세계 3위 엘리베이터 시장을 잡아라"

히타치의 한국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히타치는 1968년 오티스엘리베이터의 전신인 LG산전과 기술 제휴를 맺으며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1984년 당시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여의도 63빌딩에 분속 540m의 초고층 엘리베이터 8대를 설치했다. 그러나 1999년 LG산전의 엘리베이터사업부문이 오티스에 매각되면서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사토 히로시 히타치 빌딩시스템부문 CEO는 "한국 엘리베이터 시장은 연간 판대 대수가 4만 대로 세계 3위"라며 "최근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서 재개발이 진행돼 기존 승강기의 교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법인 설립에 나섰다"고 말했다.

한국 엘리베이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0년만 해도 한 해 신규 엘리베이터 설치 건수가 2만5000대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만4000대로 늘었다. 경제 규모에 비해 엘리베이터산업 규모가 큰 것은 도심 인구밀도가 높고, 주거 형태 중 아파트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다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속도까지 빨라 저층 건물의 엘리베이터 수요도 많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인접해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국내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하기가 용이하다.

송승봉 사장은 "히타치는 중국 광저우에 세계 최고 속도의 엘리베이터(분속 1260m)를 설치하는 등 고속 승강기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며 "한국의 중저속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중국 공장에서 부품을 조달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히타치는 국내 제조 법인이 없기 때문에 고속 부문은 일본에서, 중저속 부문은 중국 공장에서 부품을 조달할 계획이다. 나가시마 마코토 글로벌 승강기사업부 아시아·중동 사업 총괄본부장은 "연간 1000대 이상의 수주 물량을 달성할 경우 한국에 제조 공장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투자 늘리는 외국계 엘리베이터 회사

현재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1984년 설립된 현대엘리베이터가 시장점유율 43.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독일계 티센크루프(24.7%), 미국계 오티스(10.9%), 일본 미쓰비시(3%) 등 해외 기업이 추격하고 있다.

이 중 해외 기업은 최근 한국 시장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오티스는 지난달부터 인천 송도에 1만5600㎡ 규모로 연구개발(R&D)센터와 첨단 생산시설, 부품공급센터 등을 짓고 있다. 미쓰비시도 올 2월 송도에 300억원을 투자해 엘리베이터 제조, 연구개발 시설을 착공했다. 티센크루프는 지난해 충남 천안 공장을 스마트 설비로 바꾸기 위해 200억원을 투자했다.

경기도 이천에 연간 2만 대 규모의 공장을 갖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는 글로벌 업체의 공세에 맞서 "공정 개선과 원가 절감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4년 부산국제금융센터에 국내 최고 속도인 분속 600m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LG유플러스 서울 용산 사옥에 국내 최초의 복층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또 이천 본사에 분속 1080m 초고속 승강기를 운행하는 등 글로벌 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