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에 그린 실크로드

중국 작가 셰판(謝帆·34)은 얇고 투명한 비단에 유화로 그림을 그린다. 나무 우거진 산, 창밖 풍경 등 눈 돌리면 쉽게 보는 자연과 일상이다. 한데 그림 색깔이 독특하다. 바탕을 파랑·초록 같은 원색으로 칠하고, 자연은 무채색으로 칠한다. 빛(조명)을 받으면 그림은 한결 몽환적으로 보인다.

셰판의 개인전 '달빛 위의 실크로드'가 서울 북촌로 고월헌 갤러리에서 20일까지 열린다. 풍경화, 인물화 8점을 선보인다. 전시를 위해 서울에 온 화가는 "북한산과 제 고향 쓰촨성에 있는 우타이산이 비슷하다"며 웃었다.

중국의 떠오르는 청년 화가로 주목받는 셰판은 쓰촨성 장유 출신이다. 의사만 10명이 넘는 집안에서 자랐지만 그림이 좋아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중국 현대미술의 대가 장샤오강과의 인연이 깊다. 열네 살에 집을 나와 일하게 된 음식점 주인이 장샤오강 부부였다. 열여덟에 입학한 쓰촨성미술대학에 들어가 다시 장샤오강에게 수학했고, 졸업 후엔 그의 베이징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실력을 쌓았다.

3년 전 돌연 낙향한 건 "나를 먼저 알아야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다. "미술계에서 인정받으며 수입과 인맥이 탄탄해졌지만, 그럴수록 나의 본모습을 잃어가는 듯했어요." 고향에 돌아와 자신의 유년기부터 돌아보기 시작했다. 작품의 주재료인 비단도 이때 발견했다. "그림이란 나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젊은 작가의 시적인 회화를 볼 수 있는 전시다. (02)732-6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