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부활 시동… 공장지역 주민도 판촉 동참

올해 판매량이 작년에 비해 25% 급감하는 등 역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GM이 부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과감한 프로모션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 9월 부임한 카허 카젬 사장은 '철수설'을 불식하기 위해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GM 공장이 있는 군산과 창원, 부평의 시민들도 '한국GM 살리기'에 나섰다.

◇과감한 마케팅으로 월 판매 1만대 회복

올해 한국GM의 내수 판매량 성적표는 참혹하다. 철수설이 본격적으로 나돌던 올 9월과 10월은 월 판매량이 1만 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9월에는 처음으로 내수 시장 3위 자리를 쌍용자동차에 넘겨주기도 했다. 한국GM은 올해 누적 적자가 3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GM은 지난 11월 특단의 대책을 꺼냈다. 보통 연말 12월에 진행하는 최대 450만원 할인과 무이자 할부 등 프로모션을 한 달 앞서 진행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올 11월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은 1만349대로 3개월 만에 다시 월 1만 대 판매를 회복했다. 작년 11월 내수 판매량(1만7236대)에 비해 40% 급감한 양이지만, 한국GM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데일 설리번 한국GM 부사장은 "위축된 실적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카젬 사장도 현장 경영을 강화하며 조직 추스르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가동률이 20% 수준인 군산 공장과 군산시청을 찾아, "경영 정상화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29일에는 쉐보레 인천 북주안 대리점과 서울 영등포 대리점을 찾았다.

◇군산·창원·부평 지역주민들도 한국GM 살리기 동참

한국GM 살리기에는 한국GM 공장이 있는 지역 단체와 시민들도 동참하고 있다. 한국GM이 무너지면 지역 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GM이 철수하면 30만 명의 연관 실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창원시 상공회의소,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 등 창원시 경제 유관단체와 시민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지역 생산 제품 애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창원광장에서 한국GM 차량을 구매해줄 것을 호소하는 퍼포먼스도 했다.

전북 군산시도 '한국GM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군산시와 군산상공회의소, 시민 등 3000여 명은 지난달 15일 한국GM 차 사주기 구매협약 등을 진행한 '내 고장 생산품 판매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국GM 본사가 있는 인천 부평구도 지난 23일 '한국GM 경영 정상화를 위한 대시민 홍보 캠페인'을 진행했다.

◇임단협 갈등은 걸림돌

한국GM은 이러한 회생 노력과 함께 판매 회복을 위한 신차 출시를 준비 중이다. 내년 상반기 신형 '쉐보레 에퀴녹스'를 국내에 출시하고, '볼트 전기차'의 국내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단 한국GM의 부활에는 노조라는 암초가 남아있다. 한국GM은 올해 노조와의 임금협상을 아직 마무리 짓지 못했다. 한국GM 노조는 현대차 노조와 함께 대표적인 강성 노조다. 현재 진행 중인 비정규직의 파업도 해결해야 할 산이다. 한국GM은 최근 부평·창원 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했던 4개 공정에 대해 도급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판매 부진으로 일감이 줄어들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이에 반발,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파업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노조와의 갈등이 부활을 꾀하는 한국GM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김수욱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서울대 교수)은 "지금과 같은 노사 관계는 리스크만 될 뿐"이라며 "호의적인 노사 관계를 통한 제대로 된 차량 생산만이 한국GM을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