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차요, 너무 추워… 신고한지 1시간반 됐는데…"

"물이 많이 찼어. 숨을 못 쉬겠어요." "숨 못 쉬겠어요? 저희 구조대가 지금 잠수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겠어요? 저희 타격 소리가 들리면요, 선생님도 같이 응답해주시고, 이 소리 선생님이 치시는 건가요?" "네. (쿵쿵쿵쿵) 우리 좀 먼저 구해주면 안 돼요? 한 시간 반 됐는데."

지난 3일 일어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 당시 선실의 에어포켓(수중 공기층)에서 구조된 생존자 3명의 절박한 상황을 담은 녹취록이 7일 공개됐다. 생존자 심모(31)씨 일행이 해경에 구조될 때까지 2시간 43분 동안 해경 상황실 직원과 나눈 11차례(90분) 대화 내용이다. 녹취록에는 뒤집힌 배에 갇힌 채 구조대가 빨리 와주기만을 바랐던 생존자들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심씨 일행이 탄 낚싯배 선창1호가 급유선 명진15호에 들이받혀 뒤집힌 것은 3일 오전 6시 5분. 세 사람이 있던 조타실 아래 작은 선실은 윗부분이 완전히 물에 잠기지 않아 에어포켓이 생겼다.

오전 6시 9분, 심씨가 전화 건 112가 연결됐다. 이때부터 숨 막히는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됐다. 심씨는 "빨리 좀 와주세요" 하며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하다가 오전 6시 32분 7차 통화 후 자신의 위치를 담은 GPS 화면을 해경 휴대폰으로 전송했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인천해경 영흥파출소의 구조보트에는 바닷속으로 들어가 구조할 능력이 있는 대원이 없었다. 곧바로 구조대가 나타나지 않자 심씨는 "선수(뱃머리)에 갇혀 있어요, 잠수부 불러야 해요. 숨이 안 쉬어져요"라고 다급히 외쳤다. 오전 7시 36분 수중 구조 능력을 갖춘 해경 특수구조대의 구조 작업이 시작됐으나 이들도 심씨 일행에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물과 낚싯줄이 뒤엉켜 있어 진입로를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뱃머리로 가는 길에는 다른 낚시객 시신이 여럿 발견돼 시간이 계속 늦어졌다. 심씨는 "빨리 좀 보내 주세요" "두 시간 됐는데" "너무 추워" 하며 애타는 모습을 보였다.

해경은 심씨에게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이라 물이 더 차지는 않을 것" "체력을 아껴야 하니 잠시 쉬고 있다가 구조대에서 신호가 오면 그때 (배를) 다시 두드려라"라며 안정시켰다.

마침내 오전 8시 41분 선체 외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구조대 소리를 들은 심씨는 배를 마구 두들기며 필사적으로 구조를 요청했다. 오전 8시 48분 세 사람은 무사히 구조됐다. 심씨는 7일 본지 통화에서 "물이 차오르는 순간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족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허술한 낚시 어선업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현재 20명까지 탈 수 있는 탑승 정원을 줄이고 1~3년마다 하는 선박 검사 주기를 1년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사 항목을 강화하고 배가 기울어졌다가 되돌아오는 능력인 복원성 통과 기준도 까다롭게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선장을 포함해 2명인 선원 수는 3명으로 늘려 안전 요원을 확보하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