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아너 회원들 뭉쳤더니… 나눔 확산 빨라졌다

제주도 한 섬마을에 사는 김지영(가명·여·11)양은 학교에서 '문제아'였다. 부모가 이혼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8년째 산 김양은 아이들을 자주 때리고 수업을 건성으로 듣는 등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지난해 이런 사연을 전해들은 '제주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들은 김양을 돕자고 뜻을 모았다. 회원들이 내린 처방은 '운동'이었다. 회원들은 김양에게 매달 태권도 학원비를 건넸다. 김양은 어느덧 2년째 태권도 도장을 다니며 스포츠맨십을 배워갔다. 학교에선 "김양이 교칙에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교실에서 웃음도 되찾았다"고 말했다.

제주 아너 클럽 회원들은 2014년부터 제주시와 함께 매년 어려운 사연이 있는 아동·청소년 10여 명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활발한 지역별 활동은 지난 10년간 아너 소사이어티가 빠르게 성장한 비결 중 하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역별 아너 클럽을 운영하면서 지역 고유의 특성에 맞게 네트워크의 긍정적 측면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지역별 아너 회원 수는 각 지역 모임이 생기면서부터 급성장했다. 제주도의 경우 2012년까지 회원 수 5명이었지만, 2013년 4월 모임을 만들면서 그해 16명으로 늘었다. 2017년 현재는 회원이 75명으로 4년 만에 4배 넘게 늘어났다.

제주에서 아동·청소년 사례 발굴 사업을 처음 제안한 이동한(66) 사회복지법인 춘강 이사장은 "돈이 좋은 데 쓰인다는 것만 보여주면, 지역사회를 위해 동참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부산 클럽 회원들은 2014년부터 매달 지역 내 매실보육원을 찾아가 청소와 시설 보수를 돕고 저녁에 파티를 열어준다. 보육원 아이들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게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회원들은 병원, 호텔부터 국밥집, 보험회사까지 각자 일터로 아이들을 불러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준다. 아이들에게 나눔 정신도 가르치고 있다. 매달 부산진역 앞에서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노숙인 무료급식소에서 노숙인 400여 명에게 배식을 진행하고 설거지와 뒷정리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박성진(50) 에스제이탱커 대표는 "아이들에게 나눔은 생색내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생활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구 아너 클럽은 매달 회원들이 주변 지인들을 불러 친목 운동 모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좋은 뜻에 동감해 1억원 기부와 함께 모임에 가입한 사람들도 많았다. 대구 모임에선 회원 30% 정도가 지인 권유로 기부를 결심했다. 신홍식(63) 아트빌리지 대표는 "나서지 못했을 뿐 나눔에 동참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정말 많더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아너 10주년 행사에서 만난 세 지역 대표는 입을 모아 "지역 모임이 나눔 문화 확산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가 지역에서 든든히 자리를 지키면 나눔의 뜻을 가진 분들이 모여들더라. 우리는 그저 시작하는 방법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창구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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