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자식을 위해서라지만 거의 매일 끼니와 간식을 15년 동안 챙기기란 보통 일이 아니었을 터. 김씨는 "밥상 차려주다 보면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교집합이 생겨 좋았다"고 했다. 밥상에서는 딸에게 잔소리를 일절 하지 않는다. 공부 이야기는 물론이고 '이거 먹어라, 저거 더 먹어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편식 걱정 안 해요. 우리도 어려서 안 먹던 거 많잖아요. 크면 다 먹어요. 안달복달할 생각 없어요. 먹기 싫다면 냅둬요. 억지로 먹일 필요는 없어요." '먹어보자'고 살살 꾀는 노력은 꾸준히 한다. 예를 들면 카레 해줄 때는 채소를 다 갈아 넣는다. 윤희가 채소를 좋아하진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먹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밥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쉬운 음식부터 도전해보라"고 김씨는 권한다. "보통 거창한 요리부터 하려 하거든요. 라면부터 끓여줘 보세요. 사소하더라도 상대의 취향을 안다는 게 중요하거든요. 윤희는 꼬들꼬들한 라면을 좋아해요. 보통 라면은 4분 끓이는데, 저는 3분 끓이고 불 끄고 뚜껑 덮어서 30초 뜸 들여요. 그러면 다 먹을 때까지 면발이 꼬들꼬들해요."
그는 "실수조차 즐겁게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실패하면 어때요? 실패도 자녀가 나와 함께 놀 수 있는 '거리'가 되잖아요. 그러면서 자녀와 같이 다시 만들어보는 기회도 생기죠."
김씨는 "윤희는 '중2병' 같은 거 없다"며 "부모와 함께 밥 먹고 대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친구들이 윤희한테 물어본대요. '넌 어떻게 아빠랑 그렇게 친하니?' 그럼 딸이 그런대요. '매일 밥 같이 먹는 사이라서 그래.' 그러면 된 거죠."
[엄청 쉬운 아빠표 '밥 & 간식']
▲달걀 간장 밥
갓 지은 밥에 달걀 프라이와 간장, 참기름이나 버터만 뿌리면 끝. “밥 짓는 법 모르면 즉석 밥을 데워 사용하셔도 돼요. 달걀 프라이를 일반 식용유 대신 라드(돼지 기름)에 부쳐 보세요. 훨씬 바삭하고 고소해요.”
▲설탕 계피 떡볶이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떡을 볶는다. 설탕과 계핏가루를 넣어 떡에 고루 묻도록 버무리면 끝. “아이들이 좋아하는 추러스와 비슷한 맛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