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청자 벌타 제보 안받아요"

골프에 '렉시법(法)'이 생겼다.

지난 4월 LPGA 투어 ANA인스퍼레이션에서 렉시 톰프슨(미국·사진)이 시청자 제보로 한꺼번에 4벌타를 받은 규정 위반 소동이 벌어진 후, 골프 선수들이 강력하게 요청해온 '시청자 제보 활용 금지'가 내년부터 적용된다. 그리고 위반 사실을 모르고 잘못된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경우 이중 처벌을 받던 규정도 사라진다.

당시 톰프슨은 ANA인스퍼레이션 마지막 날 12번홀까지 2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전날 3라운드 경기 중 그린에 공을 마크하는 과정에서 홀에 가까이 놓았다는 시청자 제보가 들어왔고, 확인을 거쳐 4벌타를 받으며 우승을 놓쳤다. 오소(誤所) 플레이 2벌타에 스코어카드 오기(誤記) 2벌타까지 한꺼번에 받은 것이다. 당시 톰프슨과 연장전을 벌여 역전 우승한 선수가 한국의 유소연이었다.

세계 골프 규칙을 총괄하는 영국 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새로운 골프 규정(렉시법) 두 가지를 12일 발표했다.

첫째, 시청자 제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한 명 이상의 경기 요원이 중계 화면을 모니터하면서 규정 위반 여부를 살피도록 했다. 이때 모니터 대상은 대회 공식 중계사가 제공한 화면으로 한정된다. 갤러리 등 개인이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사용되지 않는다. 고화질 TV 시대를 맞아 미세한 움직임까지 볼 수 있게 된 일반 시청자들의 제보로 규정 위반 사례를 잡아내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나온 논란을 선수 입장에서 정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토머스 페이절 USGA 규정 디렉터는 "팬은 선수들의 경기를 즐기고 규정 적용은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맡기면 된다"고 했다.

둘째로 규정 위반 사실을 모르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했을 경우 규정 위반 벌타와 함께 스코어카드 오기에 따른 2벌타가 추가로 부과됐으나, 내년부터는 규정 위반 벌타만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