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2.14 15:33

리뷰 | 영화 '성난 이누크 족(Angry Inuk)'

지난달 6일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열린 '캐나다 건국 150주년 기념행사'에서 감상한 북극 다큐멘터리 영화 '성난 이누크 족(Angry Inuk)'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북극 에스키모인 이누크 족(이누이트(Inuit)라고도 한다)의 음식문화와 생존권에 대한 투쟁을 그렸다. 서방국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먹는 개고기를 반대하듯, 이누크 족이 주식(主食)인 물개를 잡아먹고 모피를 파는 행위를 반대했고, EU를 통해 규제 법령까지 만들었다.

이누크 족은 이에 대한 부당성을 홍보하며 관계 법령 개정을 위해 민주적으로 투쟁한다. 주제를 확장하여 우리도 미국이나 중국 등 초강대국의 무역과 정치적 규제에 대처해야 하는가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영화라 생각되었다.

환경단체와 EU가 물개를 잡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하면서 이누크 족에 대해서만은 물개를 잡는 것을 예외로 인정한다. 하지만, 물개로 만든 모피를 파는 상업행위는 여전히 규제대상이었다. 이에 대해 평화롭게 민주적으로 서로 감정 상하지 않고 해제를 요청하는 자세와 태도는 존경할만하였다. 특히, 캐나다 정부의 소수민족 보호 행위도 돋보이는 영화였다.

이누크 족은 캐나다, 러시아, 그린란드에 광범위하게 산재하여 생활하는 민족으로 동양인의 후예와 같은 모습이다. 이들은 지식층이 부족한 소수민족이지만, 학생들까지 단합하여 의견을 주장한다. EU에 파견한 이누크 족 대표단은 당당하게 유럽연합 의원들에게 법규의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지적한다.

소, 돼지, 닭과 같은 육류가 주식인 서구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누크 족에게 물개는 주식이자 이를 잡아 이웃들과 나누면서 살아온 민족임을 소개한다. 물개를 잡는 것은 자신들의 생존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이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EU 측은 물개 부산물로 만든 모피에 대한 규제까지는 풀지 않는다.

이에 대한 이누크 족의 대처도 호감이 간다. 그들은 사용 후 버리려 해도 쉽게 처리할 수 없는 인조모피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천연 물개 모피를 자연스럽게 선전한다. 그들의 주장은 과학적이면서 순수하고 합리적이다.

그들이 합리적 주장과 평화적 시위를 통해 물개 관련 법규의 부당함을 홍보하자 환경보호단체의 태도도 바뀐다. 오히려 언론을 통해 당당하게 나와서 대화할 것을 제의한다. 캐나다 정부도 소수민족 보호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누크 족 대표는 주한 대사관의 초청까지 받아 당당하게 물개 잡는 것과 모피를 파는 상행위가 당연한 생존의 문제임을 주장한다. 이러한 홍보 활동은 우리도 본받아야 할 것 같다.

미국의 무역규제와 중국의 사드 보복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했는가? 심히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당당하게 평화적이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꾸준히 부당한 규제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이 영화를 본 이후 며칠 동안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성난 이누크 족(Angry Inuk)'은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한글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점은 다소 아쉽다.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 https://www.nfb.ca/film/angry_in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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