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열린 '캐나다 건국 150주년 기념행사'에서 감상한 북극 다큐멘터리 영화 '성난 이누크 족(Angry Inuk)'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북극 에스키모인 이누크 족(이누이트(Inuit)라고도 한다)의 음식문화와 생존권에 대한 투쟁을 그렸다. 서방국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먹는 개고기를 반대하듯, 이누크 족이 주식(主食)인 물개를 잡아먹고 모피를 파는 행위를 반대했고, EU를 통해 규제 법령까지 만들었다.
이누크 족은 이에 대한 부당성을 홍보하며 관계 법령 개정을 위해 민주적으로 투쟁한다. 주제를 확장하여 우리도 미국이나 중국 등 초강대국의 무역과 정치적 규제에 대처해야 하는가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영화라 생각되었다.
이에 대한 이누크 족의 대처도 호감이 간다. 그들은 사용 후 버리려 해도 쉽게 처리할 수 없는 인조모피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천연 물개 모피를 자연스럽게 선전한다. 그들의 주장은 과학적이면서 순수하고 합리적이다.
그들이 합리적 주장과 평화적 시위를 통해 물개 관련 법규의 부당함을 홍보하자 환경보호단체의 태도도 바뀐다. 오히려 언론을 통해 당당하게 나와서 대화할 것을 제의한다. 캐나다 정부도 소수민족 보호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누크 족 대표는 주한 대사관의 초청까지 받아 당당하게 물개 잡는 것과 모피를 파는 상행위가 당연한 생존의 문제임을 주장한다. 이러한 홍보 활동은 우리도 본받아야 할 것 같다.
미국의 무역규제와 중국의 사드 보복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했는가? 심히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당당하게 평화적이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꾸준히 부당한 규제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이 영화를 본 이후 며칠 동안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성난 이누크 족(Angry Inuk)'은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한글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점은 다소 아쉽다.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 https://www.nfb.ca/film/angry_in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