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밝고 수다스럽다고요? 어두운 역할이 더 좋아요"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두려워서 무언가에 매달리고 싶어지는 마음과 같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왜, 또 어떻게, 거짓일지도 모르는 진실을 믿으며 살아가는지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히로세 스즈(19·사진)는 일본의 '국민 여동생'이다. 특유의 깜찍한 미소와 발랄한 분위기는 보는 이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매력이 있다. 2015년엔 '바닷마을 다이어리'로 칸영화제, 올해 '세 번째 살인'으로 베네치아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둘 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영화로 국내에도 팬이 많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

14일 국내 개봉하는 '세 번째 살인'은 지난해 '분노'(감독 이상일)에 이어 청춘스타인 줄만 알았던 히로세를 어엿한 배우로 재발견하게 되는 영화다. 살인의 진실에 직접 연관된 열쇠를 쥔 어두운 소녀 '사키에' 역. 늘 밝고 경쾌했던 그를 생각하면 뜻밖의 모습이다. 이메일로 '어두운 역할이 낯설지 않았느냐' 묻자, 그는 "생각을 뱉어내지 않고 속으로 누르는 역할은 별로 한 적이 없는데, 원래의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 그 느낌은 알고 있었다"고 했다. "오히려 '세 번째 살인' 연기가 마음이 편했어요. 굳이 말하자면 여태 많이 맡아온 수다스러운 역할 쪽이 저에겐 더 힘듭니다."

살인죄로 30년 복역한 '미스미'(야쿠쇼 고지)가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사법 시스템이 개인의 삶과 그 이면까지 살피기엔 역부족. 히로세가 연기한 '사키에'는 살해된 공장 사장의 딸로,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이 믿는 진실을 확신하며, 자기 의지로 말하고 행동하는 인물이다. "고레에다 감독의 촬영 현장은 안심이 된달까요. 꾸미지 않아도 괜찮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사보다 관객이 제 눈을 보며 '믿을 수 있는 눈'이라고 생각하길 바라며 노력했습니다."

히로세는 국내 745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써니'의 일본 리메이크작 주인공도 맡았다. 원작에서 심은경이 맡은 주인공 역할로 내년 일본에서 개봉한다. 그는 "촬영은 이미 마쳤다. 최고의 영화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히로세 스즈 사상 최고로 튀는 역할이에요. 감독님에게 매일 '못생겼다'는 최고의 칭찬을 들었죠. 원작을 정말 좋아하는 만큼 책임감도 많이 느껴요. 분명 아주 재미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