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문서와 씨름하다

"요즘 역사 소설이 재미없는 이유는 작가들이 이미 나온 역사책만 읽기 때문이다."

일본 역사학자 이소다 미치후미(磯田道史)는 최신작 '일본사의 내막' 서문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편지나 사료 같은 '고(古)문서'를 읽을 수 없는 역사 소설가들이, 늘 똑같은 정보만 접하고 비슷한 내용의 스토리를 내놓는다는 뜻이다.

이런 도발적 주장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매일같이 고문서와 씨름하는 역사학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본 국책 연구기관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에서 텔레비전을 '틀면 나오는' 유명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2010년 영화화된 '무사의 가계부'를 시작으로 수많은 히트작을 펴냈고, 내년에 NHK에서 방송되는 대하드라마의 역사 고증도 맡았다.

어느 역사나 마찬가지로 일본사에도 많은 수수께끼가 숨어 있다. 저자는 전국 각지에서 발견한 고문서를 해독해 이를 풀어낸다. 메이지유신을 성공으로 이끈 사이고 다카모리의 성격을 그가 남긴 서신을 통해 분석하거나 사료를 통해 도요토미 히데요리의 아버지가 정말 도요토미 히데요시인지 아닌지를 밝혀낸다. 역사학자의 책이지만 문장은 딱딱하지 않다. 고문서라는 재료를 어떻게 조립해야 설득력 있고 재미있게 그려낼 수 있을까 '방법론'을 고민한 결과라고 일본 언론들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