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아기 3명서 항생제 내성균 검출… 병원內 감염 가능성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잇따라 숨진 신생아 4명의 사인과 관련, "육안상 신생아의 소장과 대장이 부풀어 올라 있었지만, 사망 원인에 대해선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1차 부검 소견을 18일 발표했다. 사인 규명이 더딘 가운데 의료계에선 인재(人災) 가능성에 보다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18일 본지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과학적 결론이 나기 전에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의료진 실수 같은) 인위적 요인 없이 어떤 질병이나 감염 때문에 81분이란 짧은 시간에 신생아 4명이 연이어 숨질 확률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선 사망한 신생아 4명 중 3명에서 병원에서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항생제 내성균(시트로박터 프룬디)이 발견됐지만, 이 역시 직접적 사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망 신생아에서 대장·소장 팽창 확인

신생아 4명의 시신을 부검한 국과수는 1차 소견 발표에서 '모든 아기의 소장·대장의 가스 팽창 소견이 육안으로 확인됐다'고 언급해 사인의 실마리가 풀릴지 관심이 쏠렸다. "아기들의 배가 부풀었다"는 유족들의 언급과 어느 정도 일치한 것이다.

이한영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다만 "다른 조직 검사 등이 필요하다"면서, 투약 오류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가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육안 관찰 소견만으로는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과수 측은 "장에 가스가 차 부풀어 오르는 경우는 다양하다. 아이들이 저산소증에 빠져 장이 잘 움직이지 못하거나 우유를 제대로 먹지 못했을 경우, 장내 세균에 변화가 있을 때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질본은 "사망 신생아 넷 중 셋에게서 항생제 내성이 의심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가 공통적으로 검출됐다"고 전했다. 항생제 내성균이란 항생제를 써도 듣지 않는 세균이다.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보통 성인에게 존재하는 장내 세균이지만, 면역이 떨어지는 사람에겐 드물게 병원 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질본 관계자는 "시트로박터균 자체가 신생아 급사 원인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당시 중환아실에 신생아 16명이 있었는데, 이 가운데 네 환아만 세균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양경무 국과수 법의조사과장 역시 브리핑에서 "감염균에 의한 동시 사망은 의료인들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워한다. 아이들의 수액 세트, 투약한 약물, 확보한 증거물에 대한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심한 관리가 필수인데…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에 따르면, 미숙아나 저체중아는 장기 미성숙으로 호흡 곤란 등에 빠지기 쉽고 감염에 취약해 '최소한 접촉과 최대한 관찰'을 원칙으로 한다. 이번에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는 2010~2017년 들어온 비교적 신식 인큐베이터 안에서 관리받았다. 인큐베이터는 위 뚜껑 부위를 여닫는 개방형과 손만 집어넣어 조작할 수 있는 폐쇄형〈사진〉으로 나뉘는데, 이 폐쇄형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받았다는 뜻이다.

통상 미숙아는 상태에 따라 처치 방식에 차이가 난다. 한 대학 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막 태어났거나 위중한 미숙아는 위장·기도·정맥 등에 튜브가 연결돼 인큐베이터 안에서 지낸다. 그러다 상태가 호전되면 튜브를 하나씩 없애는 등 처치가 바뀐다"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사망 신생아는 모두 중환아실에 있었고, 상태가 특히 나빠 '집중 관리 지역'에 모여 있었다. 다양한 튜브가 연결돼 세심한 처치가 필요했다는 뜻이다. 이에 신생아 연쇄 사망에 의료·간호진 실수 등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고농도 약물 투입 ▲혈액 튜브에 영양제 등 잘못 투입 ▲약물이나 수액 세트의 오염 가능성 등을 사고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신생아는 투여약이나 주사제를 정밀하게 계산해 투여해야 하며, 투여량이 조금만 달라지더라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이 "환자 관리에 소홀했던 것 같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올 9월 '날벌레 수액', 2014년 '좌우 뒤바뀐 엑스레이' 사건 등 연이은 실수 전례에 비추어 또다시 관리 소홀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