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문학상 첫 독회, 여성 작가 강세 여전

'2018 동인문학상' 첫 심사에서도 여성 작가의 강세는 이어졌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김화영·김인환·오정희·정과리·구효서·이승우)는 15일 1차 심사독회를 열어 김가경(52) 소설집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강), 김혜진(34) 장편 '딸에 대하여'(민음사), 박솔뫼(32) 소설집 '겨울의 눈빛'(문학과지성사)을 첫 본심 진출작으로 올렸다. 지난 8월부터 최근 출간된 소설 중 21권을 추려 토론한 끝에 셋을 골랐고, 검토하지 못한 작품은 다음 독회에서 논의키로 했다.

2009년 마흔넷의 나이로 늦깎이 데뷔한 김가경은 발표작 10편을 묶은 첫 소설집으로 "단편의 정석(定石)"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여인숙·기지촌 등을 배경으로 존재감 약한 주변인을 환기하는 글쓰기. 표제작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은 야시장에서 짝짝이 신발을 팔면서 소리 나지 않는 아프리카 피리(몰리모)를 깎는 남자와 그에게 다가가는 가난한 여자를 통해 돈과 권력의 세속 가치에 구애받지 않는 정신 세계를 보여준다. 심사위원회는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케 한다"며 "편안하고 잘 읽히지만 읽고 나면 편치 않은 소설"이라고 평했다.

어머니와 동성애자 딸의 대립을 그린 두 번째 장편으로 여성 독자의 지지를 얻고 있는 김혜진의 경우 평가가 엇갈렸다. 등장인물은 성소수자나 치매 환자처럼 모두 소외돼 있고, 이 소외감은 작품의 동력. 한 심사위원은 "스토리에 맞게 기획된 등장인물만 배치하는 건 너무 쉽고 게으른 작법"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성(性)이 아닌 삶의 문제로 인식이 확장되는 지점은 칭찬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와 본심에 합류했다.

의도적으로 산만한 문체를 구사하는 박솔뫼의 두 번째 소설집은 본디 소설을 구성하는 극적인 플롯 없이 1인칭의 목격과 증언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책을 훼손하는 모임에 대한 단편 '폐서회(廢書會)의 친구들'은 그러므로 이 작가의 모두발언일 수 있다. "의식의 가공을 거치지 않은 문장이 독서를 힘겹게 한다"는 비판이 비등했지만 "비문(非文)이 많아도 리드미컬하게 읽힌다"거나 "에두르지 않는 즉각적 글쓰기가 정신을 확 깨운다"는 응원이 앞섰다.

이 밖에 김사과·김솔·박민정 등이 거론됐으나 "내용보다 구조나 스타일에 대한 인정 욕구가 강해 보인다"거나 "소설적 정당성을 외부 자료에 너무 기댄 방만함"이 지적돼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동인문학상 심사독회는 전년도 8월부터 해당 연도 7월까지 출간된 소설책을 대상으로 매달 열린다. 이후 10월 최종심에서 최후의 1인이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