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로 흐를 뻔한 내용… 탄탄한 연기가 살렸다

영영 만나지 못하는 이별도 있다. 17일 종영한 tvN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죽음이라는 이별, 그중에서도 가족의 죽음이란 소재를 다뤘다. 인희(원미경)는 갑작스러운 자궁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의사이면서도 아내를 지켜주지 못하는 남편(유동근), 엄마에게서 받기만 했던 딸(최지우)과 아들(민호)은 아내의,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절망한다.

사회 고발성 주제나 판타지가 대세인 드라마 사이에서 오랜만에 가족애를 전면에 내세워 짙은 여운을 남겼다. 4부작으로 방영 기간이 짧았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생로병사를 소재로 삼아 시청률 6.2%(닐슨코리아)로 막을 내렸다.

 

1996년 노희경 작가가 같은 제목의 4부작 드라마를 선보인 뒤로 이 작품은 연극으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번에 원작의 줄거리를 이어받으면서도 그간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했다. 예컨대 원작에서는 인희가 처음부터 치매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이번 작품은 시어머니를 요양원에서 집으로 모셔 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모성애와 가족이란 주제는 얄팍한 신파로 흘러갈 위험도 있다. 중심을 잡아주는 건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다. 원미경은 꿋꿋하고자 애쓰면서도 죽음의 공포 앞에 몸서리치는 심정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담뱃갑 집는 남편에게 "빈속에 그놈의 담배는…"이라고 잔소리하면서도, 한밤중 화장실에서 피를 토하며 "엄마가 아파"라고 절규한다. 아내를 부둥켜안고 유동근은 꺽꺽 소리를 내며 눈물만 흘린다.

가족들은 이별을 받아들인다. 인희도 이별을 준비한다. 남편의 넥타이를 가지런히 매듭지어 놓고, 딸에게 "된장찌개 끓일 때는 꼭 쌀뜨물을 쓰고, 호박은 처음부터 넣고 끓여야지 나중에 넣으면 서걱거려서 할머니가 싫어하신다"고 일러준다. 엄마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을 생각하고, 남은 이들은 그 모습을 보며 서로를 보듬는다. 이별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