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름 지었는데 출생신고도 못했어요"

"지난주 금요일 아기 이름을 지었어요. 다음 날 사고가 나서, 결국 딸 이름으로 출생신고도 못 했어요. 우리 ○○, 아빠가 미안하다."

19일 오전 인천 부평동 인천가족공원 화장장.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생후 9일 만에 숨진 신생아의 아버지 A씨는 "잘 가, 우리 아기"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흐느꼈다. 그는 "월요일에 하려던 출생신고를 못 해서, 화장터 접수를 할 때 아기 이름 대신 부모 이름을 써야 했다"고 했다. 화로에 작은 아이용 관(棺)이 들어가며 화장이 시작됐다. 이날 아기는 어머니가 손수 만든 모자와 인큐베이터에서 나오면 입혀주려고 산 새 옷을 입고 화로에 들어갔다. A씨는 "오래 기다린 소중한 아이였다"며 "엉망이었던 병원의 환아 관리, 위생 상태에 대해 항의하고, 병원 측으로부터 진실된 사과를 받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인큐베이터 안에서 생을 마감한 신생아 4명의 장례가 치러졌다. 빈소는 차려지지 않았다. 장례 관습에 따라 아기의 장례식에는 빈소가 차려지지 않는다. 아기들은 병원 안치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실을 거쳐 사고 발생 나흘 만에 장지로 향했다. 어른 것의 3분의 1 크기인 아기용 관이 흰색 천에 덮여 운구차에 실리는 장면은 네 차례 반복됐다.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도 생후 5주 만에 숨진 아기의 화장식이 있었다. 유족 20여명은 화장 이후에도 한동안 화장터를 떠나지 못했다. 유족들은 "하루아침에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는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기가 화로에 들어가기 전 관을 붙잡고 "왜 우리 아기가…"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아기의 외삼촌은 "억울한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며 "정확한 조사로 사망 원인을 밝히고, 신생아 병실 관리 시스템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