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 후회할 일, 지금 해결책 찾아라"

"15~20년이 지난 뒤 '우리가 왜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뒀지?'라고 후회할 일들이 있을 겁니다. 젊은이들에게 그런 일들을 지금 찾아내고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김용(58) 세계은행 총재는 미 하버드대 의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1980년대부터 동갑내기 대학원 동기생인 폴 파머(현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아이티·페루의 오지 마을에서 결핵 퇴치 운동을 벌였다. 지난달 국내 개봉한 다큐멘터리 '벤딩 디 아크(Bending the Arc)'에도 그의 활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 총재가 극장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에 출연한 건 처음이다. 다큐멘터리 해설도 직접 맡았다. 지난 30년간 세계 각지에서 벌였던 영상 기록을 바탕으로, 김 총재는 2014~2015년 미 워싱턴의 세계은행 본부 등에서 추가 촬영을 진행했다.

다큐 개봉 후 조선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처음엔 영화 제작진이 우리 활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지만, 서로 대화를 하면서 개인의 자선 활동을 넘어서는 세계 보건 의료 활동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넓혀갔다"고 했다. 이 다큐는 할리우드 배우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공동 제작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김 총재와 폴 파머가 하버드대와 아이티·페루 등을 왕복하면서 보건 치료 활동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 총재는 "폴은 아이티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저는 페루를 오가며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다제내성(多劑耐性) 결핵 퇴치에 나섰다"면서 "아이티 외딴 지역이나 페루의 슬럼가, 아프리카 마을에 상관없이 누구나 양질의 보건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철학이었다"고 했다.

김용은 2012년 세계은행 총재에 취임했다. 1945년 창설 이후 금융계나 정치 경험이 없는 첫 세계은행 총재였다. 김 총재는 의사이자 보건 의료 운동가, 대학교수로 활동했다. 김 총재는 "금융계나 정치 경험이 없다는 배경 덕분에 보건 투자와 경제 성장은 대립하지 않으며, 보건에 대한 투자야말로 빈곤 퇴치와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력이라는 관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2014년 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직후 '전염병 보험 제도'를 만들었다. 최빈국(最貧國)에서 전염병이 위험 수위에 이르면 자동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4억5000만달러(약 49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한 것이다.

김 총재는 청년들에게도 조언했다. "반대에 부딪히면 그저 좌절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쁘다고 단정해선 안 됩니다. '에이즈 환자 치료는 돈이 많이 들고 힘들다'는 통념에 잠자코 있었다면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도록 방조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거예요. 변화를 가져올 방법을 찾아내고 당신의 방법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