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허가 4 VS 1… 삼성바이오, 셀트리온 추격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자사(自社)의 유방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SB3에 대한 허가 심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약은 지난해 약 7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스위스 로슈의 허셉틴을 복제한 약이다. 이에 앞서 삼성은 지난달 유럽에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로는 처음으로 판매 허가를 받았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유럽에서 복제약 중 가장 먼저 허가를 받아 연구개발 능력과 품질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 시장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바이오시밀러 후발주자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엄청난 속도전으로 업계 1위인 셀트리온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설립 10년째 되던 2012년 세계 최초로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해 현재 미국과 유럽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셀트리온보다 10년 늦게 설립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13개의 바이오시밀러가 판매 허가를 받았는데 이 중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이 4개(공동개발 1개)이다. 반면 셀트리온은 1개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IT(정보기술) 산업에서 후발주자로 시작해 단기간에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한 전략이 바이오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제품시험·허가속도 높여 시장 독식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선발업체가 독식하는 구조이다.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유럽에서 가장 먼저 허가받은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올해 3분기까지 유럽에서 화이자를 통해 1억8100만달러(1958억원) 매출을 올렸다. 반면 2위인 삼성의 플릭사비는 매출 470만달러(51억원)에 그쳤다. 의약품은 한 제품을 꾸준하게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한 번 병원에서 치료제로 채택되면 잘 바꾸지 않아 선발주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삼성도 최근 앞서나가는 제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 시장에서는 지난해 유럽에서 가장 먼저 바이오시밀러의 허가를 받아 관련 제품의 올해 덴마크 입찰 시장에서 99%를 장악했다. 올 2분기 독일 시장 점유율도 30%를 넘어섰다.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도 삼성이 유럽에서 가장 먼저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아 강세가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2014년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국내에서 허가받았지만 유럽에서는 아직 허가심사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유럽의약청(EMA)에서 허가승인 권고 의견이 나와 2~3개월 뒤 정식 허가가 예상된다. 그만큼 삼성보다 제품 출시가 늦어 시장을 내줄 공산이 크다.

삼성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제품 개발 속도를 높였다. 삼성은 먼저 관절염처럼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 집중했다. 또 통상 7년이 걸리는 개발 기간은 4~5년으로 줄였다. 고한승 대표는 "직원을 임상시험 대행업체에 파견해 환자 모집 기간을 줄이도록 했다"며 "심사 단계에서는 미국과 유럽 허가 기관의 예상 질문 목록까지 만들어 대비한 덕분에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미국·중국 신시장 선도

셀트리온은 유럽에서 일격을 당했지만 충분히 만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병삼 셀트리온 상무는 "환자의 70%를 차지하는 초기 유방암까지 치료 대상으로 넣다 보니 임상시험이 예상보다 길어졌다"며 "제품 출시 시기는 큰 차이가 없어 전 세계 115국 34곳의 파트너사와 구축한 유통망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미국 머크 등 소수 업체와 판매계약을 맺었다. 미래에셋대우의 김태희 애널리스트도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신약은 물론 타사 바이오시밀러와도 효능 차이가 없어 마케팅과 판매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미국과 중국의 신시장도 기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4월 미국에 관절염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다. 미국은 사(私)보험 중심이라 정부 주도의 유럽보다는 저가 바이오시밀러의 성장이 더디지만 의료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셀트리온은 최근 중국 진출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