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화 출연하고도, 연말 스크린 장악한 4인방

최대 2000만 관객을 내다보는 올겨울 극장. 국산 영화 '강철비' '신과함께-죄와 벌' '1987'과 외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등 대작들은 '겹치기 출연'한 배우 4명으로도 화제다. '4인 4색'의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을 중심으로 연말 영화계를 짚어봤다.

◇하정우의 '주연 본색'

하정우는 연말 개봉작 두 편의 주역을 맡아서 단연 존재감이 돋보인다. 20일 개봉해서 첫날 42만명을 끌어모은 '신과함께'(감독 김용화)에서는 저승으로 망자(亡者)를 데리고 가는 차사 역할을 맡았다. 27일 개봉을 앞둔 '1987'(감독 장준환)'에서도 박종철 고문치사(致死) 사건을 은폐하려는 기도에 맞서는 '최 검사' 역으로 출연한다.

저승의 염라대왕이나 제5공화국의 권력층과 충돌을 마다하지 않는 두둑한 뱃심은 두 작품에서 맡은 역할의 공통점. 두 편의 관객이 모두 1000만명을 돌파하는 '쌍천만'도 내심 기대할 만하다는 말이 영화계에서는 나온다.

하정우는 지난해 5월부터 꼬박 1년간 '신과함께'를 촬영한 뒤, 올 4월부터 '1987' 촬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촬영 당시에는 두 편이 동시 개봉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조우진의 '연기 변신'

조우진은 최근 충무로에서 급부상 중인 배우. 지난 5월 '보안관'에 동네 행동대장 역으로 출연하더니, 올 추석 극장가에서는 '남한산성'의 청나라 통역관 '정명수'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조선에서 노비(奴婢)는 사람이 아니오. 더는 내게 조선 사람이라 하지 마시오"라는 그의 대사에 관객들의 마음도 공명(共鳴)했다.

연말 흥행작으로 먼저 개봉한 '강철비'(감독 양우석)에서는 북한 최고 정예요원(정우성)을 뒤쫓는 냉혹한 북한 킬러 역을 맡았다. 별다른 대사 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질주하고 격투를 벌이는 모습은 '터미네이터2'(1991)의 인조인간 'T1000'과도 닮았다.

반대로 '1987'에서는 고문치사 사건으로 숨진 박종철의 선량한 삼촌으로 "쇼크사가 아니고 경찰이 죽였습니다"라고 오열하는 역을 맡았다.

◇김의성의 '천지차이(天地差異)'

김의성은 지난해 관객 1156만명을 동원했던 '부산행'에서 혼자만 살겠다는 이기심에 사로잡혀 승객들을 위기에 빠뜨리는 악역으로 천만 관객의 공분(公憤)을 샀다. 올해 '강철비'에서는 일촉즉발의 북핵 위기 속에서 대북 강경 노선을 주장 하는 현직 대통령을 맡았다. 극 중에서 '포용 정책'을 내세우는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경영)과도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1987'에서는 교도소 수감 중에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발벗고 나선 해직 기자 '이부영' 역할을 맡았다. 대통령부터 교도소 수인(囚人)까지 모두 연기한 셈이다.

◇애덤 드라이버의 '선악 공존'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서 애덤 드라이버가 맡은 '카일로 렌'은 이 시리즈에서 최고 명문가의 후예다. 우주 최고 악당인 '다스베이더'가 외할아버지, 악에 맞서 반란군을 이끄는 '레아 공주'가 어머니, 정의의 기사 '루크 스카이워커'가 외삼촌이다. 이번 '라스트 제다이'에서 렌은 선과 악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한다.

반면 '천국보다 낯선'(1984)으로 국내외 영화광들을 사로잡았던 짐 자무시 감독의 신작 '패터슨'에서는 미국의 동네 버스 운전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시작(詩作)을 하는 동명(同名) 주인공 역으로 출연했다. 사소한 일상에서도 시심(詩心)을 잃지 않는 모습은 스타워즈 속 '악당의 후예'와는 딴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