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2.27 09:43

인간 사회의 누구나 친구가 있다. 선비는 문방사우, 일반인은 죽마고우에서 시작하여 백이숙제와 같은 문경지우까지 수많은 친구가 있다. 나도 유아 시절 친구부터 대학까지 학교 친구, 직장 친구, 동호회 친구, 액티브 시니어 활동을 함께 한 친구는 물론, 외국회사와 오랫동안 업무를 함께하다 보니 외국인까지 아주 다양한 친구들이 있다. 그중 생각나는 친구가 몇 있다.

첫째, 잊을 수 없는 학교 친구 ‘웅’이 생각난다. 그와 나는 중학교 한 반으로 편성되어 친구가 되었다. 학교 다닐 때 성적이 우수하여 고교 진학 때 서울로 가려고 시험을 쳤으나 낙방하고, 지방에 있는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니면서 더 친하게 되었다. 내가 그를 잊을 수 없는 것은 학교 공납금을 내기 힘들 정도로 어려웠던 학창시절 나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며 열심히 살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책상을 우리 집으로 가져와서 함께 공부했다. 그 때부터 유모에 관심이 많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유머를 공부하고 이를 나누면서 서로 배를 잡고 웃으면서 지냈다. 고등학교 시절 여름 방학 때 달 밝은 밤에 집 근처 둑방길을 걸으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논하기도 했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은 것이다”라고 정의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귀던 여자 친구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해 주던 웅, 그가 아내와 첫선을 보던 날도 나더러 같이 가자고 하여 함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꿈 많고 총명했던 그 친구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신이 그의 이상적이면서도 도전하는 자세를 사랑하여 일찍 곁으로 데려가 버린 것일까? 그가 신을 사랑한 나머지 일찍 찾아간 것일까? 무척이나 보고 싶다. 

조선일보DB

둘째, 직장 다니면서 만난 친구 ‘환’을 잊을 수 없다. 그와 나는 성격상 판이한 면이 많았음에도 술잔을 마주하면 둘만 사용하는 은어로 직장 상사나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들을 안주 삼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사이였다. 내가 강직하면서도 직선적이라면 그는 유하면서도 곡선적인 면이 있었다. 그래서 항상 그의 그런 면을 좋아하게 되었고 어울리면 즐거웠다. 바둑을 좋아하는 공통 취미와 도전적인 업무를 하는 면도 비슷했다. 나는 강한 것 같으면서도 이로 인해 잃는 것이 많았지만, 그는 약해 보이면서도 최대한의 실리를 챙기는 편이었다.

나는 그의 중역진급을 도왔고 급기야는 내가 맡은 부서의 담당 중역으로 부임하였다. 그때 나는 능력이 부족하여 보직에서 해임되었다. 퇴사 후 내가 타 회사의 중역으로 옮겨갈 때 은밀하게 나를 적극적으로 추천해 준 친구다. 나에게 삶의 현실은 극히 냉엄함을 가르쳐 준 잊을 수 없는 은인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 친구의 외유내강 자세를 존경하며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강함은 결코 유함을 이길 수가 없다는 진리를 가르쳐 준 친구였다.

셋째, 외국인 친구 ‘라나카’다. 그는 내가 재직하던 회사의 발주처 기술 감독으로 와서 지내던 친구다. 한국에 온 지 6개월이 채 안 되었는데 우리말과 글을 터득한 사람이다. 그래서 백화점이나 가게에 가면 단연 인기가 많았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한국어를 터득했는지 물어보니 자기가 사는 지방의 인도어와 아주 비슷하여 쉽게 터득했다고 한다. 나는 그를 통해 인도문화가 경로사상부터 농사짓는 방법까지 우리와 아주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아주 좋은 인상을 받게 되었다. 그는 말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우리 회사 직원으로 근무할 정도로 한국을 사랑한 친구였다.

넷째, 잊을 수 없는 친구는 퇴직 후 참여한 KDB 시니어 브리지 아카데미 1기 수료생들이다. 30년 이상 다니던 회사를 떠나 갑자기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 때 KDB에서 주관한 시니어 브리지 아카데미 과정을 이수했다. 동병상련이라 할까? 서로가 뜻이 맞는 좋은 훌륭한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는 ‘액티브 시니어 연구원’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정년퇴임 후 삶을 윤택하게 안내해주는 교육기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액티브 시니어’ 과정을 개설하고 보람찬 생활을 하는 이유다.

수료 동기생들은 ‘자연건강 동아리’, ‘한국시니어블로그협회’, ‘사회공헌 커뮤니티’ 등에서 시니어 중심의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펼쳐야 할 시니어 관련 산업 발전에 공헌하며 인생의 황금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친구들이다.
 
그중 고려대 평생 교육원에 액티브 시니어 전문가 과정 개설을 주도한 김경철 주임교수, 새로운 시니어 유명 강사로 떠오른 ‘변용도’ 사진작가를 잊을 수가 없다. 그들은 지금도 철저한 노력으로 그들의 삶을 하루하루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과연 내일의 그들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 나도 삶의 황금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친구들에게서 배운 근면,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와 도전 정신으로 함께 도전하고 있다.

조선일보 조선닷컴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