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1조3000억 유상증자"… 구조 개편 마무리 수순

현대중공업그룹이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와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26일 내놨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불황 극복을 위해 내년 3월까지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4년 하반기부터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사업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공개·유상증자 등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내년 최악의 '일감 부족'을 극복하고, 조선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2019년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배구조 개선, 사업 구조조정 마무리 단계"

현대중공업은 이날 공시를 통해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가 재무 건전성 강화와 신사업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91%를 가진 최대주주다. 2018년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외부감사인 지정, 주관사 선정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 전체 가치를 7조원가량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또 내년 상반기까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4.8%를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회사를 분할해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재편을 단행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현대로보틱스의 최대주주가 되고,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오일뱅크 등을 계열사로 두는 구조다. 회사 관계자는 "지분 매각이 이뤄지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된다"면서 "지배구조 투명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28년 만에 유상증자 나서

현대중공업은 1조2875억원(125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도 밝혔다. 7000억~8000억원 정도는 채무 상환에 사용하고, 나머지 자금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대주주인 현대로보틱스가 유상증자에 120% 초과 청약하며 실권주가 발생하면 전량 인수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도 부채비율이 87%에 불과한데 채무 상환이 이뤄지면 60%대로 낮아지게 된다"며 "그룹 소속 조선 3사는 차입금보다 현금 보유가 많아지게 돼 사실상 무차입 경영으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경영 개선 계획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 매각 등을 통해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 계획을 초과 달성했다.

◇"4분기 3000억 적자 전환… 내년 매출 10% 감소"

현대중공업은 3분기까지 3500억원가량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4분기에만 3000억원 영업손실을 내 올해 469억원 흑자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분기 기준으로 8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건비 등 고정비는 일정한데 선가(船價)가 낮았던 2016년 수주한 선박이 매출로 잡히면서 대규모 영업손실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엔 연간 영업이익 적자가 예상된다. 회사는 또 내년 매출을 올해(15조3765억원)보다 10% 줄어든 13조6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다만 현대중공업 조선 3사는 올해 상선 부문에서 100억달러(150척) 수주를 기록해 연초 목표(75억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30%가량 증가한 132억달러 수주 목표를 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 세계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감이 여전하지만 조선사 재무 상태를 가장 먼저 고려해 발주를 결정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무차입 경영 실현으로 앞으로 수주전에서 한층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