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론·군인론… "전문직 신용대출 잡아라"

시중 은행들이 고소득 전문직이나 소득이 안정적인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특화 신용대출'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으로 그간 은행의 '효자' 노릇을 한 주택 담보대출을 크게 늘리기 어려워지자 각 은행이 신용대출 중에서도 떼일 위험이 적어 안정적인 전문직 대상 상품을 확대하는 것이다. 올해 출범한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은행이 일반 직장인이 스마트폰으로 간편히 돈을 빌릴 수 있는 신용대출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은행권의 '전문직 모시기' 경쟁을 과열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닥터론에 이어 간호사론·군인론…

닥터론(의사 대상 신용대출), 로이어론(법조인 대상 신용대출) 등은 은행의 대표적인 전문직 특화 상품이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의사의 경우 최대 4억8000만원(개업의 기준)까지, 법조인은 최대 3억까지 연 3% 초·중반대 금리로 빌려준다.

최근에는 의사·법조인뿐 아니라 다른 전문직까지 특화 상품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전문직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만 묶어서 상품을 만들 경우 건축사·관세사·공무원 등 다양한 직군이 뒤섞이게 된다"며 "하지만 각 직군의 대출 부도율, 신용 등급을 세분화해서 상품을 만들면 경우에 따라서는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10월 간호사·의료기사 등 의·약사를 제외한 의료인에게 연소득 최대 1.5배(최고 한도 1억5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의료인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까지 대출 대상에 포함했다. KEB하나은행은 "아카데미론(교직원), 뱅커론(금융업 종사자) 폴리스론(경찰), 솔져론(군인) 등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은 일반 상품보다 금리·한도 면에서 유리하다"며 "최근에는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수의사 신용대출 상품을 강화하는 등 트렌드를 반영해 상품을 조정하고 있다"고 했다. 신한은행도 공무원 신용대출 상품 이 외에도 교직원, 소방공무원, 군인 등으로 세분화한 신용대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직군별 자산 관리 서비스 확대

신용대출 상품뿐 아니라 전문직의 직종별 특성을 반영한 '특화 자산 관리 서비스'도 늘어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지난 6월 의사 전용 특화 자산 관리 서비스인 'KB 닥터스 자산 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부동산·세무·투자전략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팀이 직접 찾아가 1대1로 자산 관리 상담을 해준다. 또 고가의 의료 기기 대여, 병원 자금 운용 컨설팅, 병원 직원 대상 고객 응접 교육, 병원 입지 분석 등 의사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병·의원은 대출 수요가 많은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라며 "개업하는 의사는 개인 자산 관리와 기업 경영 컨설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 고객과 다른 특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6월부터 의사·약사에 특화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은행 자산 관리 전문가가 직접 의·약사를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 이 외에도 직종에 특화된 세무·부동산 세미나를 열고 있다.

짧은 시간에 '목돈'을 버는 연예인, 스포츠 스타도 특화 자산 관리 대상 중 하나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은 지출은 생애 전반에 걸쳐 발생하고, 수입은 비교적 짧게 발생한다"며 "따라서 생애 전반에 걸쳐 자산과 소비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산 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투체어스 강남센터 내에 '셀럽센터'를 오픈했다. 전담 직원이 연예인, 스포츠 스타에 특화된 자산 관리 서비스를 해준다. KEB하나은행도 6월부터 스포츠 스타를 위한 자산 관리 PB 전담팀을 운영 중이다. 스포츠 스타가 활동하는 종목의 특성·소득·자산에 따라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