鐵人들, 중국서 또 하나의 '포철 신화' 만들다

'자원유한(資源有限) 창의무한(創意無限)'

지난 22일 중국 상하이에서 차로 2시간 달려 도착한 장쑤성(江蘇省) 장자강(張家港)시 '포스코 스테인리스공장' 출입구에는 이런 문구가 크게 쓰여 있었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든다'는 일명 '포스코 정신'을 상징하는 말이다. 공장의 역사도 다르지 않다. 20년 전 포스코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첫 삽을 뜬 이 공장은 유채꽃밖에 없던 허허벌판에 지어졌다. 한때 불황과 중국업체의 물량 공세로 적자에 허덕이며 포스코그룹의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당했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는 강소(强小) 제철소 전략을 끈질기게 밀고 나가면서, 최근 들어 안정적인 흑자를 내는 효자 사업장이 됐다.

◇포스코 첫 해외제철소… 유채꽃밭에서 만든 또 하나의 포철 신화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전기로에서 만들어진 널빤지 모양의 시뻘건 슬라브가 굉음을 내며 압연기(스테켈 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섭씨 1200도가 넘는 두께 20㎝ 금속 덩어리가 7차례 공정을 거쳐 2~16㎜의 얇은 철판으로 변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간 120만t의 스테인리스 철강제품이 중국 전역으로 팔려 나간다.

이종엽 생산실장은 "처음 왔을 때 공장 터는 주변에 아무런 시설이 없는, '무통(無通)'이었다"고 했다. 1990년대 중국 개발지구는 사회 인프라 구비 수준에 따라 7통(通), 5통, 3통 등으로 구분했다. 전기, 급수, 배수, 도로, 항만, 철도 등 인프라 중에서 몇 개를 갖추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말로, 무통은 이 모든 것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장자강 지역은 반경 300㎞ 내에 중국 내 스테인리스강 수요의 60%가 몰려 있는 요충지였다. 포스코는 1997년 2월, 중국의 사강(沙鋼)그룹과 합작해 공장을 짓기로 했다. 건설은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얼마 뒤 IMF 외환 위기가 터졌다. 포스코 본사에서 '사업 연기 또는 취소 검토' 지시가 내려왔다. 현지 경영진은 "설비 60%가 이미 들어왔고, 사업을 중단하면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여기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천신만고 끝에 포스코는 1999년 스테인리스 공장을 가동했다. 이후 4차례 신규·확장을 거쳐 100만t의 쇳물을 생산하고, 120만t의 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포스코 최초의 해외 일관제철소(쇳물 생산에서 철강 완제품까지 모두 생산하는 제철소)가 됐다.

◇중국 3대 스테인리스 제철소에서 적자로 추락, 최근 흑자전환에 성공

포스코 장자강 공장은 2008년 중국 3대 스테인리스 제철소 자리에 올랐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타이위안(太原)강철, 바오우(宝武)강철 등 중국 철강회사들이 대규모 투자로 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공급 과잉과 글로벌 불경기로 스테인리스 가격은 계속 떨어졌다. 이는 공장 실적과 직결돼 적자 행진이 계속됐다.

변상칠 마케팅 실장은 "2015년 7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생존을 위한 모든 전략을 검토했다"며 "결론은 최고급 시장을 겨냥한 강소(强小) 제철소로의 전환이었다"고 말했다. 먼저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판매를 확대했다. 철저한 관리로 이물질 없는 두께 0.01~0.02㎜의 초정밀 압연제품 등 만들기는 어려워도 수익이 높은 제품 생산을 늘렸다. 덕분에 2015년 전체 생산제품의 34%였던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지난해 58%까지 증가했다. 내부적 노력과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철강 구조조정 작업에 힘입어 이 회사는 2016년 영업이익 1074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도 매출 26억 달러(약 2조8000억원), 영업이익 1억 1700만 달러(약 1250억원)를 기록했다.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한 것이다. 이는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베트남 냉연공장, 태국 자동차강판공장 등 해외 20여 개국에 50여 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포스코그룹 전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해외법인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포스코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조원대 중반으로 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공장 자체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중국 내 가공센터를 통한 유통 경쟁력을 더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장쑤성 쿤산(昆山)시에 있는 자동차 강판 전문 가공센터인 포스코 CSPC는 최근 누적 판매량 500만t을 돌파했다. 이는 자동차 5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철강 제품을 가공했다는 것으로 포스코 해외 가공센터 중 최초로 달성한 기록이다.

엄기천 CSPC총경리(법인장)는 “고객이 원하는 길이나 폭으로 강판을 잘라서 판매하는 일반 가공센터 기능뿐만 아니라 원하는 모양까지 찍어내는 프레스 제품을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며 “특히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자체 금형제조 기술까지 갖춘 덕분에 최근 주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