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직장인 이 과장은 오전 8시 출근해 점심시간 직전까지 사내 회의 참석하느라 1200여 보 움직였고, 점심 먹고 돌아와서는 거의 '망부석'처럼 책상에 앉아 있었다. 오후엔 커피 믹스 두 잔(94㎉) 마시면서 담배 5차례 피우느라 1000여 보, 퇴근길 회사 근처 삼겹살집에 가느라 900여 보 걸었을 뿐이다. 통상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은 하루 3000~5000보를 걷는다. 전문가들은 하루 1만보 정도 걷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 과장은 "사무실에서 100m쯤 떨어진 흡연 구역으로 움직일 일마저 없었다면 걸음 수가 절반도 안됐을 것"이라고 했다.
◇"게으름과 이별하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이상 꾸준히 운동(주 5일 이상 하루 30분 넘게 운동)하는 비율은 비만인 사람 중 32.8%로 정상 체중(36.5%)에 비해 낮았다. 비만인 사람 셋 중 하나(35.6%)는 하루 8시간 이상 앉아서 지낸다고 답했다. 정상 체중(30.3%)보다 1.2배 정도 높은 것이다. 비만일수록 꾸준히 운동하는 비율이 낮고, 앉아서 보내는 시간도 많다는 뜻이다.
신체 활동에 대한 인식도 차이가 났다. '신체 활동을 해야겠다'는 욕구를 느낀다는 답변은 비만일 땐 58.6%로 정상 체중(63%)보다 낮았다. 신체 활동을 하는 데 자신감이 있다는 비율도 비만 40.9%, 정상 체중 45.7%였다. 몸을 더 움직여야 할 사람들이 그럴 의욕도, 자신감도 덜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일상생활에서 조금 더 걷고 움직이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만균 경희대 스포츠의학과 교수팀이 직장인 14명에게 12주간 출퇴근 시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주 5일, 하루 2회)을 이용하게 했더니, 체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인 '렙틴'이 17.9% 줄어들었다. "통근 수단을 대중교통으로만 바꿔도 유산소운동 못지않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돈형 건강증진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살을 빼려고 고강도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자신감도 떨어지기 쉽고 꾸준히 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며 "게으름과 결별하고 일상생활에서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