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02 03:04 | 수정 : 2018.01.02 07:34

양평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마을 촌장 김종회 경희대 교수
師弟 간 인연… 개관 10년째… 전국 문학관 중 유료 관람객 최다
"새해엔 첫사랑 마을로 확장할 것"

"황순원(1915~2000) 선생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늘 '대패질을 하는 시간보다 대팻날 가는 시간이 길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무릇 작가라면 글을 쓰기에 앞서 생각하고 자료를 모으고 취재하는 기간이 길어야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평생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하신 선생님은 실제로 단 몇 줄의 문장을 쓰기 위해 그토록 오랜 시간을 들였던 것이다."

경기도 양평군에 자리 잡은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마을'에서 촌장을 맡고 있는 김종회(62) 경희대 국문과 교수는 "황순원 문학관을 중심으로 공원과 산책로로 구성돼 2009년 문을 연 이 문학촌에 해마다 13만명이 찾아온다"며 "전국 문학관 중에 유료 관람객이 가장 많은 곳"이라고 밝혔다. 작가 황순원은 23년 6개월 동안 경희대 국문과 교수를 지냈다. 그 밑에서 배운 인연으로 2015년부터 황순원 문학촌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 교수는 최근 단행본 '황순원 문학과 소나기 마을'(작가)을 펴냈다. 스승의 문학을 재조명한 평론뿐 아니라 새해 개관 10년째를 맞는 소나기 마을의 역사를 에피소드 중심으로 소개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순수를 추억하는 사람이 늘면서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마을’을 찾는 분도 많아졌다”고 풀이한 김종회 교수. 그의 뒤로 액자에 담긴 작가 황순원의 얼굴이 보인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순수를 추억하는 사람이 늘면서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마을’을 찾는 분도 많아졌다”고 풀이한 김종회 교수. 그의 뒤로 액자에 담긴 작가 황순원의 얼굴이 보인다. /박해현 기자
'소나기 마을'은 1952년 발표된 단편 '소나기'를 간판 삼아 소설 속에 묘사된 수숫단처럼 원추형으로 3층짜리 문학관을 짓고, 작가의 유품을 비롯해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작가 부부의 유택(幽宅)도 문학관 곁에 있다.

그는 "2002년 문인 모임에서 누군가가 '소나기'의 무대가 양평이 맞느냐고 물었지만, 그 자리에서 대답하지 못하곤 집에 와서 소설을 다시 읽고 나서야 한 줄의 기록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소설의 끝부분에서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고 전하는 문장을 발견하곤 무릎을 쳤다는 것. 소설 무대가 된 마을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크게 봐서 '양평군'에 속한 곳이라는 추정이 가능해졌다. 제자들은 황순원이 양평에서 종종 야외 수업을 연 것도 기억해냈다. 그 이후 경희대와 양평군이 손을 잡고 '소나기 마을' 건립에 나섰고, 제자들은 전시할 콘텐츠 기획에만 3년이나 공을 들였다.

황순원의 작은 책상을 비롯한 유품을 옮겨 와 집필실을 재현한 소나기 마을의 전시 공간.
황순원의 작은 책상을 비롯한 유품을 옮겨 와 집필실을 재현한 소나기 마을의 전시 공간.

스승을 '순수와 절제의 극을 이룬 작가'로 꼽은 김 교수는 "간결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속도감 있는 묘사 중심의 문체, 소년과 소녀의 세미한 반응 등 작고 구체적인 부분들의 단단한 서정성과 표현의 완전주의가 '소나기'를 우수한 소설로 떠받치는 힘이 된다"고 풀이했다.

새해를 맞아 김 교수는 '소나기 마을'의 확장도 꿈꾸고 있다. 해외 문학 중 첫사랑을 담은 작품들을 소재로 한 공간을 마련해 '첫사랑 문학마을'로 키우겠다는 것. 알퐁스 도데의 '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등 외국 문학을 활용해 상상력의 영토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김 교수는 "누구나 찾아와서 동심과 순수성을 회복함으로써 새로운 기력의 섭생을 도모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꿈"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조선닷컴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