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히어로 vs 충무로 저승사자

한국 극장가는 국산품과 수입품이 시장점유율 50% 고지를 놓고 다투는 격전지다. 최근 5년 동안 한국 영화는 2014년(49.0%)을 제외하면 전체 관객 수 절반 이상(50.8~60%)을 지켜왔다. 할리우드는 '수퍼 히어로'들을 앞세워 올해도 한국 영화 시장을 공략한다. 한국 영화계의 수성(守城) 전략은 '시리즈'와 '대작(大作)'이다.

◇외화: 할리우드 수퍼 히어로의 공습

엇비슷하게 보이는 영웅물에도 트렌드는 있다. 마블 엔터테인먼트 최초의 흑인 영웅 '블랙 팬서'가 한국 부산 등을 배경으로 촬영을 마치고 다음 달 개봉하며 스타트를 끊는다. 근육질 또는 부자 백인들만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영웅물의 고정관념이 흔들리는 것이다.

아이언맨과 헐크, 토르가 포진한 무적 군단 '어벤져스'의 3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역대 최다 출연진으로 4월 개봉 이전부터 화제다. 2012년(707만명)과 2015년(1049만명)에 이어 3편도 1000만 관객을 노리고 있다.

서부극·공포물 등 여러 장르를 혼합하는 것도 최근 영웅물의 특징이다. 돌연변이 초능력자들을 등장시킨 엑스맨 시리즈는 지난해 서부극 형식을 차용했던 '로건'에 이어 올해는 '엑스맨: 뉴 뮤턴트'(4월), '엑스맨: 다크 피닉스'(11월) 등 두 편을 선보인다.

성인 유머로 '19금(禁) 수퍼 히어로'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데드풀'의 속편도 5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히트 상품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책 '히트 메이커스' 저자 데릭 톰슨은 "'하이눈' '셰인' 같은 명작이 나온 뒤에야 서부극 시대도 종말을 맞았다. 할리우드 수퍼 히어로 전성시대는 결정적 계기가 없으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시리즈와 대작으로 맞서는 한국 영화

할리우드 공습에 맞서는 한국 영화계의 승부수는 올해 첫 '1000만 영화' 달성을 앞둔 '신과 함께' 같은 대작 겸 시리즈 작품이다. 제작비 400억원인 이 블록버스터는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1~2편을 동시 촬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할리우드 대작에서는 시리즈 제작을 염두에 두고 여러 편을 동시 촬영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한국 영화에서는 드문 경우다.

제작사인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프랜차이즈 영화(브랜드 힘을 이용해 시리즈로 제작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배우 김명민·오달수가 미제 사건 해결에 나서는 '조선명탐정' 시리즈도 다음 달 3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한국 영화는 '청년경찰'(총제작비 70억원)과 '범죄도시'(70억원) 같은 작품들이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는 다시 100억원 이상 대작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메이저 배급사 중 하나인 뉴(NEW)는 '염력' '독전' '창궐' '스윙키즈' '안시성' 등 제작비 100억원대 대작 5편을 올해 개봉한다. 영화 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한 해 관객 2억명을 넘어 안정세에 접어든 영화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영화계가 시리즈와 대작 제작에 나서고 있다"며 "이 작품들의 흥행 성적에 따라 최대 2억5000만명까지 시장이 커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