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평(三視世評)] 주먹이 正義라 가르치는 '나쁜' 스릴러

'나쁜녀석들: 악의 도시'는 화끈한 하드보일드 드라마다. 4년 전 전편을 기억하는 마니아들은 방영 전부터 큰 기대를 걸었다. 범죄 수사극 '터널' '보이스' 같은 장르 드라마를 연달아 히트시킨 OCN이라 믿고 보려는 시청자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박중훈이 '머나먼 쏭바강'(1994) 이후 23년 만에 드라마에 돌아왔다. 박중훈은 주무대인 영화에서도 배우보다는 감독으로 활동하며 대중 앞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초반에는 영화 같은 화면과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지난 12월 31일 시청률도 3.9%(닐슨코리아)까지 올라 전편의 기록(4.1%)에 근접했다. 하지만 유혈 난투극이 매회 이어지면서 맥이 빠지는 분위기다.

현승그룹 조영국(김홍파) 회장은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 서원시(市)를 좌지우지한다. 그의 악행에 맞서는 '나쁜녀석들'의 활약이 줄거리다. 우제문(박중훈) 검사가 이끄는 이들은 악(惡)을 응징하기 위해 "맞을 것 같으면 먼저 때리고, 찔릴 것 같으면 먼저 찌르고, 죽을 것 같으면 먼저 죽이기"를 마다하지 않기에 '나쁜' 녀석들이다.

나쁜녀석들은 매회 조영국 일당과 뒤엉킨다. 주먹과 몽둥이, 쇠파이프, 회칼까지 다양한 무기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나쁜녀석들이 '눈에는 눈'으로 나갈 수 있는 건 이들이 전직 조폭(주진모), 마약쟁이 경찰(양익준) 등을 끌어모은 외인부대이기 때문이다. 사무실도 검찰청사가 아니라 망해가는 상가의 허름한 당구장에 차렸다. "뼈대에 해당하는 설정이 워낙 비현실적이어서 몰입을 방해한다."(채민기 기자) 김홍파의 악역이 탄탄하지만 작년 SBS 드라마 '귓속말'에서 맡았던 비슷한 역할이 자꾸만 겹쳐 보인다. 박상현 기자는 "조영국을 상대하는 나쁜녀석들이 차라리 순진해 보인다"고 했다.

곱씹어볼 만한 대사들은 돋보인다. "선은 미숙하고 악은 성숙하다. 성숙한 선은 악이 되니까"라는 대사는 흑백 논리로 선악을 가르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외면하면 편하지, 대면하면 불편하고"라는 대사는 그럼에도 악에 맞서는 일을 포기할 수 없음을 일깨운다.

그러나 내용은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진다. 1편은 매회 사건이 하나씩 종결되면서 전체의 결말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스토리 전개로 호평받았다. 반면 속편은 선악의 대결 구도만 되풀이된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목을 '답답한 녀석들'로 바꾸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점점 잔혹해지고 혈흔만 낭자할 뿐 도대체 반전이라곤 보이지 않는다."(김윤덕 기자)

드라마는 악의 무리에게 한 방 먹이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노린다. 그러나 현실감을 잃은 채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외치는 듯해 씁쓸하고 공허하다. 악의 무리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순간의 '진짜' 카타르시스는 언제쯤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