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골프공 대박… 한국 대표 스포츠 브랜드 될 것"

"미국의 나이키, 독일의 아디다스처럼 한국 하면 '볼빅'이 떠오르도록 할 겁니다. 10년 내 골프공 세계 1위 기업이 되겠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에서 만난 문경안(60) 볼빅 회장은 "한국 골프에 박세리·최경주·박인비 등 세계적인 스타 선수가 즐비한 만큼, 한국산 골프용품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980년 설립된 볼빅은 저가 골프공을 주로 생산해왔다. 하지만 중소 철강유통회사를 경영하던 문 회장이 2009년 인수하면서 확 달라졌다. 2017년 매출이 420억원으로 8년 전보다 10배 이상 늘었고,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30%에 달한다. 해외 수출도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현재 북미·유럽·아시아 등 80국으로 확대됐다. 작년 1700만달러(약 181억원) 수출에 이어 새해엔 3000만달러(약 320억원)가 목표다.

볼빅의 승승장구 비결은 무광택 컬러볼 비비드(VIVID)에 있다. 골프공은 흰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문 회장은 "저녁 무렵 골프장에서 공을 찾으러 헤매다 떠올린 아이디어"라며 "분홍·노랑·연두 등 형광펜에서 자주 쓰이는 색을 특수 코팅 기술로 골프공에 접목시켰다"고 말했다.

2010년 컬러볼을 출시하자 "골프장 어디에 공이 떨어지든 한눈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골프장에서 각자 다른 색의 골프공을 치면 서로 헷갈릴 일이 적다"는 등 호평이 쏟아졌다. 깔끔하고 예쁜 디자인은 덤이다.

문 회장은 1년에 200일 넘게 해외 출장을 다니며 컬러볼의 장점을 직접 알렸다. 문 회장이 발품을 판 덕분에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던롭 등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던 해외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치솟기 시작했다. 문 회장은 "보통 골프업체가 미국 시장 점유율 1% 올리는 데 10년 걸리는데, 볼빅은 5년 만에 5%까지 늘렸다"며 "주문이 넘쳐나 충북 음성 공장을 24시간 돌려도 물량을 못 맞출 지경"이라고 말했다. 볼빅은 지금 40가지 종류의 컬러볼을 생산한다.

볼빅 골프공의 이중 코어 기술은 세계 각국에 특허 출원돼 있다. 골프공 중앙에 저온에서 팽창하는 금속 소재를 넣고, 그 주변을 부드러운 고무로 마감해 비거리를 극대화한 기술이다. 문 회장은 "컬러볼은 여성 골퍼나 시니어와 주니어 연령대에서 많이 쓰는데, 이들이 선진국 골프 인구의 70%를 차지한다"며 "디자인이 다채로워진 축구공·배구공처럼 모든 스포츠 영역에서 컬러화가 대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컬러볼 시장이 5배 이상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신제품 개발에 주력해 1억달러(약 1060억원) 수출도 달성하겠다"고 했다. 그는 회사 매출의 10%를 꾸준히 기술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58년 개띠'로 올해 환갑을 맞이한 문 회장은 "볼빅을 앞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토털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를 위해 골프 선수 후원과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개최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고, 최근엔 골프채와 골프웨어 시장에도 진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인데, 토종 스포츠 브랜드 힘이 약하다"며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한국 선수들의 실력에 걸맞은 한국산 스포츠 브랜드가 꼭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브랜드 힘이 없으면 100년, 200년 가는 기업이 되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중소기업 볼빅이 브랜드 성공 신화를 제대로 한번 써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