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神의 다른 이름… 잠깐이라도 '함께' 있고 싶었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이 관객 10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 영화 14번째 기록이다. 강력한 드라마, 특수효과(VFX) 기술 모두 대체로 호평받았다. 두 가지 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를 만든 김용화(46) 감독의 특장이다. 천만 돌파를 눈앞에 둔 2일 오후, 김 감독을 그가 대표인 VFX 기업 '덱스터'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만났다. 다섯 가지 키워드를 던져 질문했다.

◇오기

6년 전 '신과 함께' 첫 연출 제안을 거절했던 김 감독은 2013년 초 다시 제안이 오자 마음을 바꿨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고릴라 캐릭터의 야구 영화 '미스터 고'가 흥행 참패한 뒤였다. 그는 "솔직히 오기가 생기더라"고 했다. "시장의 차가운 시선이 느껴지는데, VFX는 자신감이 붙었어요. 그때 PD가 '감독님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얘기'라며 설득하더군요. '용서에 대해 5시간짜리 얘기를 해보자'고. 어머니를 떠올렸고, '용서'에 꽂혔죠."

◇어머니

영화 속 자홍(차태현)은 '어머니 한 번만 만나게 해주세요. 잘못했다고 말씀드려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감독은 "실은 내가 평생 가슴에 품어온 말"이라고 했다. "어머니가 오래 아프셨어요. 저 스물두 살 때 돌아가시기 전 2년간 중환자실에 계셨고, 저도 영화 속 자홍처럼 같이 죽어버릴까 나쁜 마음 먹기도 했고요."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춘천 시장에서 하루에 고등어 1000마리씩 배를 갈랐고, 운전기사, 막노동까지 안 해 본 게 없다"고 했다. "신(神)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잖아요. 나이 먹을수록 어머니 생각이 나고, 어릴 때의 객기가 부끄러워요. 저도 꼭 어머니께 용서를 빌고 싶었어요."

◇신파

15년간 가족과 떨어져 살며 돈만 부치는 자홍 이야기가 비현실적이라고, 폭풍 눈물 클라이맥스도 수홍(김동욱)이 워낙 슬프게 울기 때문이라는 평도 있다. '대놓고 신파'라는 것이다. 감독은 "한국 관객, 그렇게 얄팍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느닷없는 인물과 이야기로 말초적 감정만 자극한다면 신파겠죠. 플롯 안에서 감정을 쌓아 올려 슬픔에 위로·희망·기쁨 같은 감정을 겹겹이 불러내면 '감동' 아닐까요. 동욱씨가 연기를 잘했지만, 드라마 없이 우는 장면만 떼어 보여준다고 관객이 똑같이 반응하진 않을 거예요."

◇판타지

지난여름 예고편을 공개했을 때 '원작을 훼손했다'는 웹툰 팬들의 반발이 강력했다. "돌 엄청 맞았죠.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다행이에요. 그 덕에 영화 개봉 땐 맷집이 생겼으니까요." 영화 전체 2550컷 중 2060컷, 약 80%에 CG가 들어갔다. "지옥 비주얼은 전부 물·불·철·모래 같은 물성(物性)과 각 지옥 형벌을 짝지어 상상력으로 빚은 거예요. 진짜 마법사는 배우들이죠. 블루스크린 앞에서 전혀 민망해하지 않고 신나게 날아다녔어요. 혀를 뽑는 거짓지옥에서 아무것도 없이 몸을 뒤트는 연기를 한 차태현씨는 특히 놀라웠죠." 11분짜리 프로모션 필름만으로 이 영화는 103개국에 팔렸다.

◇가족

김 감독에겐 열일곱 살 연하 미스코리아 출신 아내와 어린 딸이 있다. "20대엔 자신을 감추고 센 척하며 살았죠. 지금은 갓 돌 지난 제 딸아이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요. 슬픔에 가장 가까운 감정은 기쁨 아닐까요. 산다는 게 기쁨과 슬픔이 공존해 생기는 아이러니투성이잖아요." 이 영화의 관객평은 크게 "착하게 살자" "엄마한테 전화하자"로 요약된다. 김 감독은 "끝난 뒤 '부모님께 전화드려야겠다'는 생각 드는 영화 만나기가 어디 쉬우냐"며 뿌듯해했다. "욕심이 끝이 없네요. 아직 못 본 주변 분들에게 많이 추천해주세요!" 그가 멋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