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각종 질환 위험을 높인다고만 알려졌지만, 수면의 질도 크게 떨어뜨린다. 담배 속 성분이 수면을 유도하는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에 관여하는 탓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이 흡연자 779명과 비흡연자 2916명의 수면 패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잠자리에 누워 잠에 들기까지 흡연자는 21.5분, 비흡연자는 16.5분이 걸렸다. 전체 수면 중 깊이 잠들어 꿈을 거의 꾸지 않는 서파(徐波)수면의 비율도 흡연자는 12.2%인 반면 비흡연자는 18.6%나 됐다(미국역학저널).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는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이 체내 도파민 방출을 촉진한다"며 "도파민은 몸을 각성시키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잠을 깨운다"고 말했다. 자는 중 담배를 피우지 못해 니코틴 농도가 부족해지면 일종의 금단증상으로 뇌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에 교란이 생겨 깊은 잠에 못들 수도 있다. 성바오로병원 호흡기내과 이상학 교수는 "자신이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잠에서 깨 뒤척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흡연 중 침에 녹아 몸으로 들어오는 아세트알데히드도 문제. 쥐에게 아세트알데히드를 노출시켰더니 총 수면 시간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밖에 흡연자들은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평균 15PPM 이상으로 높은데(비흡연자 평균은 2PPM), 일산화탄소가 산소 대신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 능력을 떨어뜨린다. 결과적으로 체내 저산소증을 유발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한덕현 교수는 "완전한 금연이 어렵다면 자기 전 최소 1시간 전부터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습관을 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