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안하나 못하나… 제천 소방관 '골든타임 18분 교신'

29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와 관련해 공개된 무전 교신 녹취록에 '골든타임 18분'의 기록이 빠져 유족 측이 의혹을 제기했다. 제천화재참사 유족대책위원회는 4일 충북 소방본부 소방종합상황실과 현장 소방대원이 주고받은 무전 녹취록을 공개했다. 상황실은 119로 들어온 신고를 현장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2층 여성 사우나에서 당시 구조를 요청하는 신고 전화가 다수 상황실에 접수됐다.

녹취록에는 참사 당일 오후 4시 2분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 18분 동안 교신 기록이 전혀 없었다. 최초 화재 신고 접수 시간은 오후 3시 53분이다.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2층에서 마지막 통화가 연결된 시간은 오후 4시 16분쯤이다. 구조대가 처음으로 유리창을 깨고 건물 안으로 진입을 시도한 시간은 오후 4시 37분쯤이다.

유족 측은 18분간의 무전 교신 내용을 고의로 누락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유족대책위 관계자는 "처음에는 무선 녹취록이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녹취록을 공개하고, 공교롭게도 가장 중요한 시간대 녹취록만 빠졌다"며 "부실한 초기 대응이 공개되는 것이 두려워 일부러 빠트린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도 2층 구조자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아 상황실에서 현장 대원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의심하는 유족도 있다"고 덧붙였다.

충북소방종합상황실 관계자는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18분 동안 전파 간섭이나 잡음이 심해 청취가 어려운 무선 녹음을 녹취록 작성에서 제외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18분 동안 녹음된 파일 9개 중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작성이 불가한 파일이 6개, 감도 불량이나 기계음 등으로 아예 목소리가 안 들어가 있는 파일이 3개라는 것이다. 소방상황실 관계자는 "당시 제천에서 신고 전화가 쏟아졌고, 충북 전역에서 걸려온 다른 전화들도 있기 때문에 상황실 안이 매우 소란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도 많은 무전이 쏟아져 무전기 감도 또한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18분의 공백 탓에 상황실이 접수한 2층 상황이 현장에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소방본부는 이 주장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당시 무전 교신이 원활하지 않자 오후 4시 4분과 6분, 두 차례에 걸쳐 현장 지휘팀 업무용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2층 구조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통화 녹취록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다른 급박한 상황이 있었고 1층에서 2층으로 치솟는 불길이 잡히지 않아 2층에 접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2t의 LP 가스통 방향에 불길이 거세 일단 화재 진압에 집중했고, 외부 구조자가 있어 먼저 구조하느라 2층에 바로 진입하지 못한 것"이라며 "2층 상황을 몰라서 진입에 늦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화재 당시 소방 당국은 지휘차 등 차량 8대와 소방대원 19명을 투입해 불길이 거센 1층 주차장 진화에 나섰다. 다른 곳에서 고드름 제거 작업을 하던 구조대(4명)는 오후 4시 6분쯤 도착했다. 구조대는 건물 외벽에 매달린 시민을 구조하기 위해 매트리스를 펴는 작업을 했다. 이후 지하에 사람이 있다는 시민의 말을 듣고 지하 1층 수색에 나섰다. 구조대가 2층 진입을 시도한 것은 1층 주차장 불길이 잦아들면서다.

유족들은 청취가 어려워 18분간의 무선 녹음이 녹취록에서 빠졌다는 소방 당국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무전 녹취록 보전 신청을 소방합동조사단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