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짓고, 짓고, 짓자"… 인프라에 수백조원씩 투입
입력 : 2018.01.04 22:59
[포스트 차이나, 동남아가 뜬다] [中] SOC확충 통해 경제성장 견인
물류비 줄이고 고용·소비 늘려
인도네시아 5년 동안 437조원… 베트남·필리핀도 천문학적 투자
한국 투자액 年 평균 10% 늘어… 자원개발 참여해 수익 올리기도
"日 정부처럼 ODA로 지원 필요"
지난달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남쪽으로 50㎞ 떨어진 보고르시(市) 외곽에 있는 포스코건설의 고속도로 건설 현장. 3월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자 인부들은 잠시 천막으로 피했다. 빗발이 가늘어지자마자 다시 가드레일 설치 공사를 진행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5년 구간 일부를 9918만달러(약 1060억원)에 수주했다. 공사에 참여한 유일한 외국계 건설사다. 황선욱 현장소장은 "1년 중 절반이 우기(雨期)라 비가 잘 오지 않는 밤에 도로를 포장하고, 비가 올 때는 시설물 공사를 한다"며 "현지 회사는 우리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했다.
같은 날 새벽 베트남 하노이 경전철 3호선 건설 현장. 대형 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150t짜리 콘크리트 교량 상판을 공중으로 떠올렸다. 상판은 대림산업이 공기 단축을 위해 도심 외곽에서 미리 만들어 옮겨왔다. 오승종 현장소장은 "대형 크레인을 설치해야 하는 작업은 야간에만 하는데, 한국 직원들이 돌아가며 밤새 공사 현장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인프라 열풍 동남아… "도로·항만 뚫려야 경제성장"
한국 기업이 동남아 인프라 건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010년대 이후 한국 건설사 등은 도로·항만·철도·발전소 공사 등에 참여를 늘리는 중이다. 상사(商社)는 자원 개발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포스코대우는 2000년 미얀마 정부로부터 가스전 탐사권을 받아 2013년 천연가스 생산에 들어갔다. 포스코대우는 이 가스전을 통해 2016년 기준 매출 5296억원, 영업이익은 2811억원을 올렸다.
◇인프라 열풍 동남아… "도로·항만 뚫려야 경제성장"
한국 기업이 동남아 인프라 건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010년대 이후 한국 건설사 등은 도로·항만·철도·발전소 공사 등에 참여를 늘리는 중이다. 상사(商社)는 자원 개발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포스코대우는 2000년 미얀마 정부로부터 가스전 탐사권을 받아 2013년 천연가스 생산에 들어갔다. 포스코대우는 이 가스전을 통해 2016년 기준 매출 5296억원, 영업이익은 2811억원을 올렸다.
한국 기업의 동남아 인프라 건설시장 참여는 한국의 동남아 FDI(외국인 직접투자)에서 잘 나타난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동남아 투자 금액은 2013년 38억7600만달러(약 4조1200억원)에서 2016년 51억3600만달러(약 5조4500억원)로 연평균 10%씩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투자 금액은 51억6600만달러에서 33억100만달러로 36% 감소했다. 동남아가 중국을 대체하는 한국의 주요 투자처로 떠오른 것이다.
동남아가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시장도 커지고 있다. 동남아 국가 정부들은 낙후된 인프라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도로와 항만을 개선해 물류 효율을 높이고, 발전소를 세워 원활한 전력 공급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2015년 인프라 확충에 향후 5년간 5519조루피아(약 43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필리핀 정부는 2016년부터 6년간 인프라 구축에 1800억달러(약 191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짓고, 짓고, 짓자(build, build, build)'를 정부 슬로건으로 내걸었을 정도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16년 해외 자본의 베트남 투자를 늘리기 위해 '투자활성화법'을 제정했다. 2020년까지 인프라 건설에 총 4800억달러(약 510조원)가 필요한데, 해외 투자 활성화를 통해 이를 충당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정부도 일본처럼 기업 지원 나서야"
인프라가 구축되면 현지에 진출한 우리 물류·소비재 기업들의 영업 환경도 개선된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CJ대한통운은 올해 중 현지 택배 산업에 진출한다. 황문옥 법인장은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은 해마다 30%씩 성장하고 있고, 열악했던 도로·항만 시스템도 개선되고 있어 택배 물량도 크게 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에 비하면 멀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의 동남아에 대한 직접투자는 일본 대비 삼분의 일에 불과하다. 동남아에서 활동 중인 기업인은 "한국이 동남아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으려면 정부의 측면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정부는 정부 유관 기관인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를 통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공적개발원조(ODA) 형태로 투자하고 있다. 이렇게 투자받은 인프라 건설은 대부분 일본 기업이 맡게 된다. 올해 개통 예정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MRT(도시철도) 관련 사업의 대부분을 일본 건설업체가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총사업비의 80%가 넘는 15억달러를 일본 정부가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한 동남아 상사 주재원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하면 한국 정부의 지원은 '실종 상태'나 다름없다"며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효과를 발하려면 실질적인 ODA 지원 확대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동남아가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시장도 커지고 있다. 동남아 국가 정부들은 낙후된 인프라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도로와 항만을 개선해 물류 효율을 높이고, 발전소를 세워 원활한 전력 공급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2015년 인프라 확충에 향후 5년간 5519조루피아(약 43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필리핀 정부는 2016년부터 6년간 인프라 구축에 1800억달러(약 191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짓고, 짓고, 짓자(build, build, build)'를 정부 슬로건으로 내걸었을 정도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16년 해외 자본의 베트남 투자를 늘리기 위해 '투자활성화법'을 제정했다. 2020년까지 인프라 건설에 총 4800억달러(약 510조원)가 필요한데, 해외 투자 활성화를 통해 이를 충당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정부도 일본처럼 기업 지원 나서야"
인프라가 구축되면 현지에 진출한 우리 물류·소비재 기업들의 영업 환경도 개선된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CJ대한통운은 올해 중 현지 택배 산업에 진출한다. 황문옥 법인장은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은 해마다 30%씩 성장하고 있고, 열악했던 도로·항만 시스템도 개선되고 있어 택배 물량도 크게 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에 비하면 멀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의 동남아에 대한 직접투자는 일본 대비 삼분의 일에 불과하다. 동남아에서 활동 중인 기업인은 "한국이 동남아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으려면 정부의 측면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정부는 정부 유관 기관인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를 통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공적개발원조(ODA) 형태로 투자하고 있다. 이렇게 투자받은 인프라 건설은 대부분 일본 기업이 맡게 된다. 올해 개통 예정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MRT(도시철도) 관련 사업의 대부분을 일본 건설업체가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총사업비의 80%가 넘는 15억달러를 일본 정부가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한 동남아 상사 주재원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하면 한국 정부의 지원은 '실종 상태'나 다름없다"며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효과를 발하려면 실질적인 ODA 지원 확대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