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이상, 文정부 '보편적 복지'에 부정적

문재인 정부는 아동수당 신설, 기초연금 인상 등 전 국민이 혜택을 누리는 보편적 복지 정책을 속속 시행하고 있지만, 국민은 보편적 복지보다 수혜 계층을 제한하는 선별적 복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선, 국민 절반가량이 '하는 일에 따라 선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본지가 정세균 국회의장실과 함께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양일간 국민 1011명을 대상으로 '신년 국민 경제 인식'을 조사한 데 따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보편적 복지'와 관련, "복지를 얼마나 확대해야 하느냐"고 묻자 '전반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19.9%에 그쳤다. 52.9% 응답자가 '저소득층과 소외 계층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선 절반에 가까운 48.2%가 '하는 일에 따라 선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답변은 19.2%에 그쳤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선 공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 등 강력한 주택 수요 억제 정책을 선보이며, 무슨 일이 있어도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부동산 가격 전망과 관련, '상승할 것'이란 의견이 35.9%로 '하락할 것'이란 의견(21.6%)의 2배에 가까웠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좋은 주택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태라서, 좋은 주택에 대한 공급이 늘어나기 전까지 가격 불안정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큰 경제적 어려움을 꼽아달라는 질문엔 '노후 불안'이 26.2%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내 집 마련(16.8%), 가계부채 상환 부담(15.3%), 취업난, 해고 우려(12.4%)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우선 경제정책을 골라 달라는 질문엔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질 개선'이 2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물가 안정(20.5%),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및 가계부채 해소(16%), 저출산·고령화 대응(13.9%)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재정 확대를 통한 소득분배 개선'을 꼽은 사람은 8.9%에 그쳤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당장 어떤 지원을 바라기보다 좋은 직장에서 오래도록 일하면서 경제적 고민을 해결하고 싶은 국민 생각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경제'를 내세우며 재벌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데, 국민 다수는 재벌을 개혁 대상이라기보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긍정적 측면이 더 많다'가 52.8%로 '부정적 측면이 더 많다'(38.8%)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재벌 개혁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느냐"고 묻자 '탈법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65.2%로 다수를 차지했다. 이어 '최대한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가 19.4%였고, '궁극적으로 재벌 해체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답은 10.3%에 그쳤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숨 쉴 틈을 줘야 한다"며 "벤처나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까지 아우르는 혁신 성장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와 경제적으로 가장 밀접한 나라를 묻자 미국이 45.1%로 중국(41.1%)을 근소하게 앞섰다.

경제적으로 가장 큰 대외 위협 요인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이 34.1%로 '북한의 핵 위협'(30.2%)을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