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대장株 셀트리온, 현대차 제쳤다

'셀트리온이 현대차를 눌렀다.'

8일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주식 가격의 총합)이 국내 자동차를 대표하는 현대차의 시가총액보다 높아졌다.

셀트리온은 기존 제품보다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의약 물질 제조업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셀트리온의 시총은 37조원으로, 코스피 시총 3위인 현대차(33조원)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셀트리온, 셀트리온 헬스케어, 셀트리온 제약 등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일명 '셀트리온 3형제'의 시총은 모두 55조4600억원으로, 시총 2위인 하이닉스(56조9300억원)를 바짝 추격 중이다. 셀트리온의 선전 덕에 코스닥 제약 업종의 시총은 이날 68조원을 돌파했다. 1년 전 시총과 비교하면 112% 불어났다. 심효섭 KB자산운용 액티브운용본부 상무는 "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덩치 큰 바이오 주식으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면서 "셀트리온 3형제의 올해 예상 순익은 1조원으로 SK하이닉스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시총은 서로 엇비슷해질 만큼 단기간에 급증했다"고 말했다.

◇1년간 갑절로 시가총액 불어난 바이오·제약

"요즘 바이오는 코인 시장의 '가즈아('가자'의 유행어)' 분위기입니다."(운용사 주식본부장 A씨)

8일에도 13% 오른 30만2500원에 마감한 셀트리온 주가는 새해 들어서만 37% 올랐다. 셀트리온 시총은 올해 코스피 시총 4위인 포스코, 5위 네이버를 제쳤고, 이날은 현대차 시총까지 앞질렀다. 2002년 설립된 바이오 회사가 50년 전에 세워져 국내 산업과 증시 성장을 주도해온 자동차 회사를 밀어낸 것이다.

셀트리온 주가 급등에 힘입어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제약 업종 상장사의 시총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23%를 돌파했다. 1년 전만 해도 17% 정도였다. 이상범 리코자산운용 대표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기대감이 높지만 코스닥에 포진한 대다수 바이오 회사는 적자(赤字)이거나 실적이 형편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반면 셀트리온은 그나마 숫자(실적)가 찍히는 기업이다 보니 일종의 '안전 지대'로 여겨지면서 자금을 빨아들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또 다른 운용사 대표는 "셀트리온의 2017년 예상 매출액은 9487억원으로, 현대차 예상 매출액(96조4500억원)의 10%에도 못 미친다"면서 "선진국이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키운다고 하지만 앞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감안해 미래 성장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운용사는 이날 보유 중인 바이오 주식 일부를 고가에 덜어냈다.

◇헬스케어 펀드 1년 수익률 최대 67%

바이오 주식이 코스닥 시장을 쥐락펴락하면서 여의도에선 '바스닥(바이오+코스닥)'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839.51로 마감하면서 15년여 만에 처음으로 830선을 넘어섰다. 2002년 4월 19일(종가 858.80) 이후 최고치다. 바이오·제약 종목들만 담아 운용하는 헬스케어 펀드들의 최근 수익률은 반짝반짝 빛난다. 미래에셋운용의 한국헬스케어 펀드는 최근 1년간 67.3% 올랐다. 펀드를 운용 중인 김재현 매니저는 "최근에 주가가 너무 올라서 가격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가파른 수익률 상승으로 단기적으로는 주가 급등락이 심해질 수 있지만 올해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의 임상 결과가 차례로 발표되는 데다 정책적 수혜도 있는 만큼 장기적으론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정부가 혁신 성장을 내걸고 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미국 금리 인상이나 원화 강세 등으로 굴뚝 산업 전망이 작년만큼 밝진 않은데, 역설적이게도 이런 점이 오히려 코스닥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부담이란 지적도 나온다. 빚내서 주식을 사들인 사람이 많다는 점도 짚어볼 위험 요소다. 지난 6일 코스닥 시장의 신용 융자 잔액은 5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