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09 01:12

'쏴' 물소리를 들으면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지는 사람이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배뇨(排尿) 기능이 소리와 함께 학습됐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부모가 입으로 '쉬' 하는 소리를 내면서 소변을 보도록 교육한다. 이후에도 소변을 볼 때면 항상 물소리와 비슷한 소변 소리를 듣는다. 이 때문에, 물소리가 들리면 우리 뇌는 조건반사적으로 배뇨와 관련이 있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요도가 수축하고 방광 근육이 이완되는 등 자연스럽게 소변을 볼 때와 비슷한 상태로 몸이 작동한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이형래 교수는 "우리 신체는 물소리를 듣는 걸 배뇨 과정의 일부라고 인식, 소변을 내보낼 준비를 한다"며 "배뇨 훈련이 끝난 어린 아이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 소리가 요의(尿意)를 유발하는 원리를 이용해, 전립선비대증 환자나 출산 후 여성 같이 소변을 잘 못 보는 사람에게 물 소리를 들려줬더니 소변을 잘 보게 됐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있다.

과민성방광 환자는 이 반응이 특히 심하다. 그래서 소변을 참기 어려운 상태인 절박뇨를 겪기도 한다. 과민성방광 환자는 물 소리를 듣는 것뿐 아니라 물이 몸에 닿을 때에도 요의를 느낄 수 있다. 경희대병원 비뇨기과 이선주 교수는 "과민성방광이 심한 사람은 설거지를 하다가도 소변을 보고 싶어 한다"며 "원래는 안 그랬는데 물소리를 듣거나 몸에 물이 닿을 때 요의가 느껴지면, 나이 탓으로만 여기지 말고 과민성방광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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