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월급 36만원 느는데… 정부 지원은 13만원뿐"
입력 : 2018.01.10 02:20
[최저임금 도미노 파장]
최저임금 직원 20명 둔 中企, 인상 따른 월급 계산해보니
기본급 22만원 올라 162만6480원… 잔업과 심야수당도 따라 인상돼
月 총급여 261만6675만원 달해
"한순간 年 1억원 비용부담 생겨… 일부 직원들 내보내는 수 밖에…"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예상보다 거세다. 정부도 고용 감축 등 부작용을 우려해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씩 임금 인상분을 세금으로 보전해 주겠다는 '일자리 안정자금(총 3조원 규모)' 대책을 내놨다. 그런데 영세 기업, 소상공인 등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업체 고용주들이 지원 신청을 꺼리고 있다. 정부가 돈을 준다는데 왜 꺼릴까? 고용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현장 사정은 정부의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다.
◇월급 36만원 더 지급하는데, 정부 지원은 13만원뿐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의 한 건자재 업체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제 부담 증가액을 계산해 봤다. 규모가 작은 이 업체는 직원 25명 중 20명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그중 한 직원의 지난해 1월 월급 명세서를 보면 225만6275원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 6470원에 따라 주 6일 하루 8시간 기본급으로 139만7520원을 받았고, 하루 3시간 잔업수당(시간당 9705원)으로 78만6105원을 받았다. 잔업 가운데 일부는 심야와 특근에 해당해 7만2650원을 추가로 받아서, 총액 225만6275원이다. 이 회사 김성우(43) 대표는 "잔업을 많이 시킨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근로자들이 월급 더 받으려고 잔업을 오히려 선호한다"며 "잔업을 조건으로 월급을 더 줘야 그나마 사람을 뽑을 수 있어서 업무량에 비해 적은 직원을 유지하면서 잔업을 시킨다"고 설명했다. 시화공단 대부분 영세 업체들이 이와 비슷하다.
◇월급 36만원 더 지급하는데, 정부 지원은 13만원뿐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의 한 건자재 업체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제 부담 증가액을 계산해 봤다. 규모가 작은 이 업체는 직원 25명 중 20명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그중 한 직원의 지난해 1월 월급 명세서를 보면 225만6275원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 6470원에 따라 주 6일 하루 8시간 기본급으로 139만7520원을 받았고, 하루 3시간 잔업수당(시간당 9705원)으로 78만6105원을 받았다. 잔업 가운데 일부는 심야와 특근에 해당해 7만2650원을 추가로 받아서, 총액 225만6275원이다. 이 회사 김성우(43) 대표는 "잔업을 많이 시킨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근로자들이 월급 더 받으려고 잔업을 오히려 선호한다"며 "잔업을 조건으로 월급을 더 줘야 그나마 사람을 뽑을 수 있어서 업무량에 비해 적은 직원을 유지하면서 잔업을 시킨다"고 설명했다. 시화공단 대부분 영세 업체들이 이와 비슷하다.
그런데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대폭 늘었다. 올해 1월 예상 명세서를 보면 기본급이 162만6480원으로 오르고, 잔업수당(시간당 1만1295원)과 심야수당도 오르면서 각종 수당이 99만195원으로 늘어난다. 월급 지급액이 261만6675원으로 작년 1월보다 36만400원 늘어난다. 이 금액을 20명에게 적용하면 한 달에 800만원, 연간 1억원 정도 된다. 김성우 대표는 "회사 형편이 안 좋아 근근이 버티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1억원의 비용 부담이 생겼다"며 "회사를 어찌 운영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일자리 안정자금에도 불구하고 일부 직원을 내보낼 생각이다. 그는 "1인당 월 40만원 가까이 부담이 늘어나는데, 지원액은 1인당 월 13만원에 그친다"며 "이 정도 지원으론 현재 직원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일부 직원을 내보낸 뒤 남은 직원에게 잔업과 특근을 더 시킬 생각"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주변 다른 사장이나 거래처에 물어보니 대부분 고용을 줄일 생각을 하더라"며 "정부 지원은 보너스 정도로 여길 뿐 고용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음식점·편의점·PC방 등 자영업자들은 고용보험 등 4대 보험 때문에 안정자금 신청을 꺼린다. 안정자금을 신청하려면 먼저 직원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하는데,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이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아주머니 4명을 쓰고 있는데 이분들은 모두 현금으로 월급을 달라고 한다"며 "이런 의견 무시하고 고용보험을 들게 했다간 다들 그만둘지 모른다"고 했다. 또 종업원들이 자녀나 남편 명의로 건강보험에 가입한 상태라 본인 이름으로 가입해 보험료를 내기 싫어한다는 설명이다. 신용불량인 직원들은 소득이 정부에 노출돼 월급이 차압될 위험 탓에 보험 가입을 거부하기도 한다는 게 자영업종 고용주들의 얘기다.
◇현장 아우성에도 정부는 "더 지켜봐야"
현장에선 중소기업과 상인들의 아우성이 거세지만,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제 충격을 평가하려면 적어도 2~3개월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2000년(16.6%)과 2007년(12.3%)에도 이번과 유사한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있었는데, 3~6개월 정도 충격이 있다가 모두 회복됐다"며 "이번엔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라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통계도 없이 현장에서 반발이 거세다고 정부가 조급히 움직이면 오히려 과한 정책이 나올 수 있고 이는 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준다"며 "당장 가능한 지원 방안은 1월 중 내놓겠지만 2~3개월은 물가와 일자리 통계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 상당수는 이런 정부 입장에 부정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최저임금이 올랐다"며 "장기적으로 고용이 줄어드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일자리 안정자금에도 불구하고 일부 직원을 내보낼 생각이다. 그는 "1인당 월 40만원 가까이 부담이 늘어나는데, 지원액은 1인당 월 13만원에 그친다"며 "이 정도 지원으론 현재 직원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일부 직원을 내보낸 뒤 남은 직원에게 잔업과 특근을 더 시킬 생각"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주변 다른 사장이나 거래처에 물어보니 대부분 고용을 줄일 생각을 하더라"며 "정부 지원은 보너스 정도로 여길 뿐 고용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음식점·편의점·PC방 등 자영업자들은 고용보험 등 4대 보험 때문에 안정자금 신청을 꺼린다. 안정자금을 신청하려면 먼저 직원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하는데,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이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아주머니 4명을 쓰고 있는데 이분들은 모두 현금으로 월급을 달라고 한다"며 "이런 의견 무시하고 고용보험을 들게 했다간 다들 그만둘지 모른다"고 했다. 또 종업원들이 자녀나 남편 명의로 건강보험에 가입한 상태라 본인 이름으로 가입해 보험료를 내기 싫어한다는 설명이다. 신용불량인 직원들은 소득이 정부에 노출돼 월급이 차압될 위험 탓에 보험 가입을 거부하기도 한다는 게 자영업종 고용주들의 얘기다.
◇현장 아우성에도 정부는 "더 지켜봐야"
현장에선 중소기업과 상인들의 아우성이 거세지만,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제 충격을 평가하려면 적어도 2~3개월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2000년(16.6%)과 2007년(12.3%)에도 이번과 유사한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있었는데, 3~6개월 정도 충격이 있다가 모두 회복됐다"며 "이번엔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라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통계도 없이 현장에서 반발이 거세다고 정부가 조급히 움직이면 오히려 과한 정책이 나올 수 있고 이는 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준다"며 "당장 가능한 지원 방안은 1월 중 내놓겠지만 2~3개월은 물가와 일자리 통계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 상당수는 이런 정부 입장에 부정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최저임금이 올랐다"며 "장기적으로 고용이 줄어드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