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리듬에 얹은 '뽕짝'… 듣다 보면 "앗싸"

6박자와 4박자, 따로 놀아야 정상인 두 가락을 뽕끼 품은 성기완(51)의 블루스 기타가 능청스레 이어 붙인다. R&B와 솔에 국악 테두리를 두른 보컬 한여름(27)의 추임새는 이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접착제다. 아프리카 출신 아미두 디아바테(35)는 축복 비는 샤먼처럼 서아프리카 전통악기 고니(Ngoni)를 훑으며 이국의 가사를 내뱉는다.

세렝게티에 울려 퍼지면 미어캣이 발딱 서 귀를 쫑긋할 것 같은 음악의 주인공은 3인조 밴드 '앗싸(AASSA)'다. '아프로아시안 뽕짝'이란다. 앗싸는 '아프로 아시안 싸운드 액트(Afro Asian SSound Act)'의 줄임말. 최근 내놓은 데뷔 앨범 '트레봉봉(Tres BonBon)'은 총 11곡에 프리재즈, 사이키델릭, 아프로 리듬과 한국 민요를 섞었다. 5개 국어로 쓴 가사를 이해하려면 구글 번역기가 필수다. 짬뽕 같은 음악이지만 아프리카 민속 장단을 계속 듣다 보면 '앗싸' 하는 추임새가 절로 나온다.

록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기타리스트였으며 시인이기도 한 성기완의 음악을 팬들은 서정적인 록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트로트 같은 아프리카 음악이라니. 지난 8일 서울 합정동에서 앗싸 멤버들과 함께 만난 그에게 "왜 하필 아프리카냐"고 물었다. "한국 음악의 80％는 원래 아프리카 음악이에요. 흑인 노예가 팔려가며 두들겼던 타악 리듬이 현대 대중음악의 기초가 됐죠. 그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할 뿐이에요. 아이폰에 삼성 반도체 칩이 든 걸 잊어버리는 것처럼 말이죠. 방탄소년단 노래, 그것도 완전히 아프리카 리듬이거든요."

그는 2008년 EBS 라디오 '세계음악여행'을 진행하다 아프리카 음악에 빠졌다. 무작정 말리로 날아가 석 달을 지냈다. "버스 한 대 기다리는 데도 24시간이 걸렸어요. 처음은 미칠 것 같았는데 나중엔 그 여유로움에 반했죠." 지난해 3호선 버터플라이를 나올 때 "은퇴도 얼마 안 남았고, 에라, 하고 싶은 거나 하자"고 생각했다. 함께한 두 멤버는 때마침 찾아낸 보석이다. 서울대에서 미학을 공부한 한여름은 어릴 때 국악을 배웠다. 변화무쌍한 앗싸 곡을 탄탄하게 소화하는 비결이다. "새소리도 내고 별소리를 다 낼 줄 알아요. 매 공연 편곡이 달라져 항상 잼(jam·즉석 협연) 느낌으로 불러야 하죠. 관객도 곡의 끝을 잘 몰라 '뭐지? 언제 끝나지? 신나니깐 일단 계속 흔들자'란 반응이에요."

아미두는 음악으로 왕의 통치를 돕던 부르키나파소 음악가 계급 '그리오(griot)' 출신이다. 8세 때부터 국가 각종 행사에서 발라폰(실로폰의 조상 격인 서아프리카 타악기)을 두들겼다. 공연용 악기는 모두 손수 만든다. "2012년 경기도 포천에 있는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음악 강사로 선발돼 한국에 왔어요. 그렇지만 정해진 연주만 해야 하는 동물원 같은 생활이었죠. 눈치 안 보고 맘껏 연주한 건 앗싸가 처음이에요."

이들은 "'독창적인 밴드'로 박제되긴 싫다"고 말했다. "'우리만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아요. 타이틀곡 '봘라(voila)' 가사처럼 새로운 만남을 많이 만드는 게 목표예요. 그게 더 쿨하잖아요." 이들은 오는 27일 서울 연남동 음악바 '채널1969'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